“밤일 잘 하냐?” 女상사 성희롱에 속끓이는 男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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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7.28. 오후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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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능력개발원 보고서

남성 25% 週 1회이상 피해


직장인 A(33) 씨는 최근 회사에서 여상사에게 결재를 받으러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여상사는 보고를 하던 A 씨 다리에 손을 얹고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A 씨는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지만 상사의 인사권을 의식해 싫은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회사 안에 성희롱 신고 창구가 있었지만 ‘남자인데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들을까 고심 끝에 참기로 했다.

여성 동료들 사이에서 유일한 남자 직원인 B(27) 씨도 빈번한 언어적 성희롱에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여성 동료들은 회식자리나 근무 중에 “밤일은 잘 하느냐” 등 성적 수치심을 안기는 말을 건넸다. B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고민이 크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여성으로부터 신체적·언어적 성희롱을 당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28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올해 발표한 ‘남녀 근로자 모두를 위협하는 직장 성희롱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15개 주요 산업 분야 남성 근로자 1734명 중 25%가 지난 6개월간 주 1회 이상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까지 전체 성범죄자 가운데 1%가 채 되지 않았던 여성 성범죄자 비율은 2013년 2.5%까지 늘었다. 남성을 상대로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여성 가해자는 2014년 428명에서 2015년 486명으로 13.6% 증가했다.

최근 한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헬스장 남자 탈의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는데, 여자 트레이너가 들어와 수건 등을 치우고 나갔다”는 글이 올라와 남성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남성들의 경우 직장이나 일상에서 공공연한 농담처럼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수치심 때문에 피해 사실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 감수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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