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92시간에 휴가 저축…어느 나라 자유니? 지금도 못 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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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24. 오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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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저축계좌제’로 휴식권 보장?
노동시간 단축 수단으로 내놨지만
‘효과 제한적인 제도 재탕’ 지적
고용노동부가 주 최대 92시간 근무가 가능한 노동시간 유연화 대책을 발표하며, 휴가 확대로 실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제안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용노동부가 일주일 최대 92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도록 노동시간 유연화 대책을 발표하며, 건강권·휴식권 등에 대한 반발을 불식시키기 위해 ‘휴일·휴가 활성화’ ‘노동시간 저축계좌제’ 등을 제안했다. 휴가 확대로 실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건데, 업무가 많아 주어진 휴가도 쓰지 못하는 현 상황에선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휴일·휴가를 활성화하고 재택·원격근무 등 근무 방식을 다양화하겠다”며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노사가 사전에 합의한 노동시간보다 많이 일하면 그만큼의 연장노동시간을 계좌에 적립해 휴일·휴가·노동시간 면제 등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질의·응답 자료를 통해 휴일·휴가 활성화 제도도 소개했다. 휴가 사용 만료 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연차 사용을 안내하는 고용노동부 ‘연차휴가·사용 촉진제도’와 노동자가 20만원을 내면 정부와 사용자가 각각 10만원씩 보태 여행상품 포인트를 쌓아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들 제도는 모두 노동자가 노동시간 및 휴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제도로, 업무량이 많아 주어진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업장에선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연차사용 촉진 제도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서면으로 휴가 사용을 장려하기만 하면 미사용 연차에 대한 금전 보상 의무가 면제돼 형식적인 제도라는 지적이 있고, 문체부 사업 역시 여행상품 포인트를 쓰려면 ‘일단 휴가부터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일가정 양립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5인 이상 사업체 5000곳 평균 연차소진율은 63.3%로 2019년 75.3%에 견줘 12%포인트 낮아졌다. 연차를 소진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업무량 과다 또는 대체인력 부족’라는 응답이 54.8%로 가장 많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휴일·휴가 활성화로 근로시간이 단축될 것이라는 정부 설명에 대해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과)는 “노동시간 감축과 무관한 대책일 뿐더러 기업들이 악용할 소지도 많다”며 “특히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노동계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일이 많을 땐 과로를, 적을 땐 휴업을 강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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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로 잠시 부서를 옮겼습니다. 해당 페이지로 기사 노출됩니다. (https://media.naver.com/journalist/036/78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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