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도 정부가 정한다”…표준임대료 도입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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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2. 오전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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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상식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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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료 DB 구축이 먼저”
임대료 책정에 눈덩이 행정비용
“재산권 침해·갈등 확산” 우려도


정부가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과 전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에 이은 후속 조치로 전월세 임대료 기준을 정하는 ‘표준임대료’ 도입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표준임대료는 과도한 전월셋값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임대료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중장기적으로 표준임대료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표준임대료 발언 이후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입에 앞서 임대주택·임대료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도입하더라도 집주인·세입자 간 갈등 확대 등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전·월세 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낮춰 적용하지만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할 때에는 ‘전·월세 전환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과 상관없이 시세에 맞춰 월세로 전환해 계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임대료를 정하는 ‘표준임대료’를 거론하고 있다.

표준임대료는 지자체별로 지역 물가 등을 고려해 기준이 되는 임대료를 고시하는 제도로, 시행되면 신규계약을 맺더라도 기준 임대료 이내로 상승폭이 제한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요 도시들에는 표준임대료나 공정임대료 제도 등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입을 언급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표준임대료 도입을 담은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표준임대료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도입 필요성을 따지기 위해 미국, 독일 등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미국 뉴욕의 경우 주택의 부동산세, 건물 유지비 등을 고려해 2년마다 임대료를 개정하고, 임대료 가이드라인 위원회가 매년 고시한 인상률 이내로 임대료 상승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파트 같은 단지 안에서도 층·조망·인테리어 등 주택 상태가 다르고, 전세·월세·반전세 등 다양한 계약의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주택별 임대료 책정에 많은 행정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주거권 강화 위한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표준임대료 도입에 앞서 전월세 신고제 시행과 함께 임대주택·임대료 DB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월세 신고제 시행을 통해 상당한 데이터가 누적돼야 제도 구체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단독·다가구의 경우 주택 DB 구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면서 “우리나라는 주택마다 편차가 큰 임대시장이 형성돼 있어 주택 성능별로 임대료를 산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독일은 최초 표준임대료표가 작성된 뒤 약 20년 만에 법률의 한 조항으로 규정되는 등 국민에게 신뢰를 받은 후 법률적 지위가 확보됐다”면서 “표준임대료 도입에 앞서 임대료 규제라는 정책의 수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에 반하는 제도로 많은 오류가 발생해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이 커지는 등 시장 불안이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제도 들쭉날쭉해 이의신청이 많은데 표준임대료도 가격산정 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발생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주택의 상태에 따라 시세로 정해지는 가격을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반하고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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