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독료 갈등…대학도서관서 논문 못 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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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2.21. 오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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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논문 대학에 제공하는 사이언스다이렉트 등 업체, 막무가내 가격인상 통보
대교협 "인상요인 불투명 대학 107곳 협상 보이콧"


대교협 - 논문공급업체 갈등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 대학교의 학생들이 내년부터 도서관에서 국내외 유명 논문을 열람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논문을 대학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전자정보자료 공급업체가 대학들과의 협상에서 수천만 원의 가격 인상을 요구했고, 협상을 일임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컨소시엄이 계약을 보이콧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1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대교협 컨소시엄은 지난 11일 전국 대학교와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대도연)에 '대교협 컨소시엄 협상 결렬 3개 품목 보이콧에 따른 대응 방안 및 후속조치 안내'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컨소시엄은 대교협과 대도연이 전자정보 공급업체와의 계약을 위해 구성했으며 지난해부터 협상에 나서고 있다. 올해 역시 협상 결렬 업체 3곳을 제외한 36개 업체와의 계약을 마쳤다.

컨소시엄 측은 협상이 결렬된 것이 이용률 상위 3개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막무가내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협상이 결렬된 업체 3곳은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 DB피아, KISS로 교수·대학원생·학부생을 중심으로 열람 이용 수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들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사이언스다이렉트의 경우 국내 대학의 평균 전자자료 구입비용 중 31%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으로 많은 비용을 받고 있다. 그런 사이언스다이렉트가 4.5%의 인상률을 제시했고, 가장 높은 비용을 지출하는 서울대는 구매금액이 지난해 21억4876만원에서 올해 22억4545만원으로 9669만원이나 상승했다. 이 밖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7285만원,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가 6757만원으로 모두 수천만 원대 인상액을 제시받았다. 컨소시엄 측은 "사이언스다이렉트는 지난 5년간에도 연평균 7%의 가격 인상률을 보였다"며 "가장 비용 지출이 큰 업체가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수년 내 해당 업체가 전체 지출의 5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사이언스다이렉트의 이 같은 가격 책정 이유가 대교협 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컨소시엄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전자정보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왜 서울대가 가장 높은 가격을 내야 하는지, 인상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업체 측에서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사이언스다이렉트 측의 오픈 액세스(Open Access·OA) 자료에 대한 환급조건 역시 문제 삼고 있다. 유료였다가 무료 공개로 전환된 논문은 이미 낸 금액에 대해선 환급해줘야 하는데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가격 인상은 DB피아와 KISS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이언스다이렉트가 주로 해외 유명 논문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나머지 두 업체는 주로 국내 연구단체나 학술논문을 제공하는 곳이다. 학부생들의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두 업체 역시 사이언스다이렉트와 마찬가지로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심지어 인상률 제시안은 옵션에 따라 9~18%로 더 높다.

컨소시엄의 계약 보이콧 결정에 학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사이언스다이렉트를 운영하는 엘스비어 대만지사의 경우 학교들이 보이콧하자 자세를 바꿔 협상에 응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이 긴급 실시한 보이콧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학교 130개 중 보이콧이 필요하다고 밝힌 학교가 107개로 82.3%를 차지했다.

다만 이들 업체 측은 "지난해보다 확보한 논문의 수가 늘었고, 학생들의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엘스비어 한국지사 전용수 대표는 "협상을 통해 3.9% 인상으로 당초 제시안보다 이미 낮춘 상황"이라며 "이것도 대학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계약을 하기 때문에 할인된 가격"이라고 밝혔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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