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 시한을 한 달 앞두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를 국회가 ‘속도전’으로 처리하자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국회가 매달 받는 상여금과 식비·숙박비 등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에 넣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이자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총파업에 들어갔다. 한국노총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해 개정안 폐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나섰다.
양대노총과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전국여성노조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민중공동행동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벼랑으로 내모는 국회를 규탄한다”며 개정안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양측이 산입범위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국회로 ‘공’을 넘겼고, 노동계는 개정안에 반대하며 다시 최임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지난 25일 환경노동위원회에 이어 결국 본회의에서도 통과됐다.
민주노총은 “이 사태의 책임은 집권 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총파업과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오후 3시 국회 앞에서 열린 수도권대회를 포함해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를 비롯해 전국에서 8만명이 이날 오후 두 시간 동안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국회 앞 시위 도중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과 충돌했고, 2명이 체포됐다.
노동계가 정부와의 정면충돌을 불사하겠다며 나선 데에는 최저임금의 범위를 넓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타격을 준다는 이유도 있지만,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무력화되는 것에 대한 반발도 크다.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필수적 보호조치인 근로기준법의 기본틀이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근로기준법상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상여금 지급 시기 등의 취업규칙을 바꾸려면 과반수 노조나 노동자 중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사업주가 최저임금에 집어넣기 위해 분기·반기별 상여금을 다달이 ‘쪼개기’할 경우에도 ‘동의’가 아닌 과반수의 ‘의견 청취’만 하면 되도록 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시도하다가 노동자 투쟁에 막혔다. 그런데 노동존중을 표방하는 이 정권과 여당에서 지난 정권도 하지 못한 일을 국회를 동원해 일방 처리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전 산별 대표자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개악안은 노동존중사회 실현이라는 대선공약의 명백한 파기이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해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최임위에서 사퇴하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에서 빠지기로 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을 깼다는 비판이 나온 개정안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개악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 대책 등에 대해 정부에 요구한 것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사회적 대화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국회의 일방적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에 반발해 노사정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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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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