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죽어야 시장 산다? 이마트 문닫자 주변상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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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2. 오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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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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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자료사진. [중앙포토]
대형마트가 생기면 전통시장 등 주변 상권이 침체할 수 있다는 기존 '상식'을 뒤엎는 연구결과가 한국유통학회에서 나왔다. 도심의 한 대형 마트가 폐점한 이후 주변 상권이 동반 몰락했다는 연구 결과로, 대형마트와 인근 상권의 '상생' 관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유통학회는 지난 21일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팀은 2018년 폐점한 이마트 부평점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결제 데이터와 설문조사를 종합해 2년간의 상권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마트 부평점이 폐점한 이후 반경 3㎞에 있는 중소형 슈퍼마켓과 소매점, 음식점 등의 매출액이 떨어졌다.

인근 슈퍼마켓의 경우 연 매출 ▶5억원 미만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 ▶2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중소 규모의 슈퍼마켓 매출이 하락했다. 중형 슈퍼마켓(2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이마트 부평점 폐점 2년 전 매출지수가 30.8이었지만 폐업연도인 2018년에는 22.8로 나타났다. 26% 급락한 셈이다.

영세 슈퍼마켓(5억원 미만)도 매출지수가 16.6에서 15.3으로 8% 가까이 줄고, 소형 슈퍼마켓(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의 경우 8.6에서 7.5로 매출이 12.8% 떨어졌다.

이마트 폐점 이후 매출이 늘어난 곳은 오히려 다른 대형마트였다. 부평점 폐점 2년 전을 기준점(100)으로 봤을 때, 3~6㎞ 이내 다른 대형마트의 폐점 1년 전 매출지수는 96.5였지만 폐점 직후 98.8로 개선됐다. 연구팀은 이마트 부평점이 사라진 뒤, 소비자들은 인근 상권을 이용하는 대신 다른 지역의 대형마트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했다.
이마트타운 월계점 자료사진. [중앙포토]

이마트 부평점 폐점 이후 인근 슈퍼마켓뿐만이 아니라 다른 점포들도 매출 하락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데이터도 있다. 대형마트에 갔다가 주변 점포를 함께 이용하는 고객 비율은 60.86%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형마트를 방문한 이들 10명 중 6명은 주변 음식점이나 상가에서 추가 소비를 해 낙수효과를 일으킨다는 의미다.

이러한 대형마트 낙수효과가 가장 뚜렷한 업종은 '음식점'으로 나타났다. 이용 비율은 62.19%로 집계됐다. 음식점 외에도 다른 대형마트(30.74%), 백화점(22.61%), 의류 전문점(10.6%) 등으로 낙수효과가 이어졌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함께 이용하는 비율은 10.25%에 그쳤다.

조 교수는 "이마트 부평점이 폐점한 이후 주변 슈퍼마켓을 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인근 대형마트와 원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은 매출액이 증가했다"며 "소매점 매출도 인근 점포보다 원거리 점포가 더 늘었다"고 진단했다. 또 "반면 (부평점) 인근에 있던 슈퍼마켓은 매출이 감소하는 피해를 봤다"며 "결국 이마트의 폐점으로 주변 상권은 침체했다"고 분석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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