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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프렌드 정민, 고민 끝에 찾은 터닝포인트 (인터뷰)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보이프렌드 정민/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고민이 많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도 숱했다. 2011년 가요계에 데뷔해 국내외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룹 보이프렌드(BOYFRIEND)의 정민은 “스물 셋, 한창 고민할 때”라며 웃는다. 잠 못 드는 밤이 늘어갈 즈음, 뮤지컬 ‘페스트’를 만났다. 그저 재미있겠다고 시작했지만 연습을 할수록 두려워 졌다. 공연 전날은 도망가고 싶을 만큼의 압박을 견뎌야 했다. 성공적으로 첫 무대를 마친 뒤 비로소 노래하고 연기하는 즐거움을 알았다.

“행복하게 순간을 즐기고 싶다”는 정민은 걸어왔던 길의 아쉬움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의 기대가 더 크다.

10. 뮤지컬을 시작했다. 해보지 않은 장르라 쉽지 않은텐데.
정민 : 말할 때나 행동할 때의 사소한 습관이 고쳐졌다. 자세나 이런 것들이 바뀐 거다. 서 있을 때는 구부정하거나, 사람의 눈을 보고 말하는 것도 어색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무대 위에서 대사를 해야 하니까, 눈으로도 말을 해야 한다.(웃음) 초반에는 어려웠는데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 걸을 때 리듬을 탄다고 하시더라. 몰랐던 습관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고쳤다.

10. 자세를 갑자기 고치려고 하면 몸이 아프지 않나.
정민 : 맞다. 처음에는 몸이 아프더라.(웃음) 구부정한 상태에서 꼿꼿하게 바른 자세를 하려다보니까, 근육이 아팠다. 이제는 익숙해졌다.

10. 첫 도전이기도 하고, 바꿔야 할 것들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을 것 같다.
정민 :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차근차근하다 보니까, 삶에 녹아들었다. 말할 때도 말끝을 흐리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또박또박하게 됐다.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10. 자세를 고친 뒤에는 노래와 연기에 대한 부담이 뒤따랐을 거다.
정민 : 감독님께서 ‘음만 틀리지 않게 잘 해 달라’고 하시더라. 만나기 전에는 감독님이 깐깐한 분이라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음악이 서태지 선배님의 곡이다 보니까 좀 더 대중가요적인 부분을 살리고, 연습을 하면서 포인트를 짚어주신다. 어떤 부분은 감정이 과하다, 또 어떤 부분은 담백하게 부르라는 식이다. 연습은 4월 말부터 시작했다.

10. 그룹 생활은 해봤지만, 작품을 만드는 배우, 스태프들과 연습하는 시간은 또 다른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정민 : 무조건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팀에서 가장 막내이니까 분위기도 띄우고, 애교도 떨었다. 워낙 형들이 귀여워해 주신다. 감사할 따름이다.(웃음)

10. 공연 날이 가까워질수록 압박도 심해졌을 것 같은데, 기분이 어땠나.
정민 : 초반에 연습 들어갈 때는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한 달이 지나고 첫 런 스루(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를 하는데 ‘큰일 났다’는 마음뿐이었다. 공연 올리기 하루 전날이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다. 도망가고 싶더라. 대사는 다 맞췄고 노래도 외우고,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모르는 거니까.

10. 첫 공연, 잊을 수 없겠다.
정민 : 뮤지컬은 생방송이고, 나 하나의 실수가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까 엄청난 긴장이 몰려왔다. VIP 데이가 아닌 첫 공연 때, 실수를 한 번 했다. ‘나는 당신을 항상 기다리고 있었어요, 항상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어요’라는 대사에 아주 슬픈 장면이다. 그런데 ‘항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라고 말한 거다. 그 대사가 트라우마가 돼 하기 전에 가슴이 뛴다.

10. 대선배인 서태지 음악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것도 신선한데.
정민 : 사실 그래서 하고 싶다고 한 거다. 서태지 선배님을 음악적으로 동경한다. 어릴 때 아빠 차에서 많이 들었다. 누나, 형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그 영향인 것 같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인가, 처음으로 ‘울트라맨이야’의 음반을 샀다. 이번 뮤지컬의 넘버도 정말 좋았다. 노래들이 또 편곡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오케스트라, 밴드 합주가 들어가니까 최고다.

보이프렌드 정민/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페스트’에서 맡은 그랑이란 인물에 몰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

정민 : 그랑이라는 친구는 굉장히 순수한 인물이다. 사랑도, 일도 순수하게 하는 친구다. 모든 것에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인데, 나와 닮은 면이 많다. 때 묻지 않은 그랑이란 인물을 잘 표현하고 싶다. 대사도 꾸미지 않고 그냥 뱉어내는 거다. 그래서 재미있다.

10. 참고한 작품이 있을까?
정민 : 영화 ‘감기’를 봤다. ‘페스트’를 결정하고 챙겨 본 작품이다. 상황들을 참고하려고 본 거고, 그리고 ‘남자가 사랑할 때’이다. 극중 황정민이 마치 그랑 같았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바보 같은 모습, 그 마음이 비슷한 것 같아서 유심히 봤다.

10. 뮤지컬을 시작하고 난 뒤에는 무심코 보는 드라마, 영화도 가볍게 지나갈 수 없지 않나.
정민 : 디테일하게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 이전에는 뮤지컬을 보고도 ‘재미있다’에서 그쳤는데, 해보고 나니 정말 힘든 거라는 걸 알았다. 최근에 뮤지컬 ‘모차르트!’를 봤는데 정말 감명 받았다.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욕심이 생겼다.

10.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순간이 가장 재미있나.
정민 : 대본을 읽는 게 즐겁다. 친구들과 주변에서 연기하는 분들의 대본을 뺏어서 읽어보기도 한다. 대본을 볼 때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고,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10. 연기에 푹 빠져있네.
정민 : 하나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격이다. 뮤지컬을 하기 전에는 음악 작업에 몰두했고, 작품을 하면서는 조금 소홀해졌는데 오히려 지금은 공연에 집중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페스트’에 집중한 만큼 배운 것이 많을 것이고 이후 음악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여기에 집중해서 더 많이 배우고, 다음에 꺼내 쓸 수 있도록 하겠다.

10. 첫 공연을 마치고는 어땠나. 기분이 묘했을 것 같은데.
정민 : 첫 공연을 마치고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후련함도 있었고, 큰 실수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기도 했다. 다들 형, 누나들이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나만 보면 안아주는 형들도 있다. 정말 큰 힘이 된다. 무대에 올라가도 든든하다. 내가 대사를 조금 바꿔도 형들은 다 맞춰줄 것 같은 믿음이 있다.

10. 같이 공연하는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도 커지겠다.
정민 : 런 스루를 할 때 느꼈다. 나와 같은 역할인 조현균 형에게 정말 많이 배운다. 밥 먹을 때도 늘 같이 먹고, 뭘 하더라도 옆에 있다. 연습실에서 나와서 집에 가는 순간까지 형과 같이 있다. 형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뮤지컬을 할 수 있게 해준 분이고, 형이 없었다면 흐지부지됐을 지도 모른다.

뮤지컬 ‘페스트’ 무대에 오른 정민/사진제공=(주)스포트라이트


10. 때로는 자극도 되겠다.

정민 : 나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리허설을 할 때도 다른 배우들의 동작과 연기,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눈으로 다 담아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10. 처음과 비교해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지 않나.
정민 : 오늘은 어떤 동작, 어떤 표정을 해봐야겠다는 준비를 한다. 어떻게 다르게 해볼까 하는 건데, 대사를 할 때도 다음 대사가 아니라 감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음악도 들리고 상대 배우의 대사도 들리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웃음)

10. 뮤지컬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겠다.
정민 : 정말 잘 한 것 같다. 나쁜 습관도 많이 고쳤고, 좋은 인연을 만나고 배운 것도 많다. ‘페스트’에 그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이란 행복하지 않은 순간도 이렇게 빛나고 아름답고 화려하다. 우리 인생은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인데, 그 말을 듣고 그간 못된 생각을 하면서 살았구나 싶었다. 항상 욕심을 냈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걱정이 많고, 고민이 많았던 스물 세 살의 밤이 떠올랐다.

10. 고민이 많은 시기에 ‘페스트’를 만났네. 터닝 포인트 같은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정민 : 열여덟 살에 데뷔를 했다. 그때는 어린지 몰랐다. 다 컸다고 생각했고.(웃음) 지금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이제 혼돈이 오는 거다.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 같다.

10. 어떤 고민이었나.
정민 : 내 고민은 항상 보이프렌드이다. 항상 거기에 포인트가 있다. 잘 됐다, 안됐다를 떠나서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이제는 어떻게 하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마음뿐이다. 성공에 눈멀어 달리기만 하는 것보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보다 더 많은 것들이 보여서 힘든 것 같기도 하다. 모르는 게 약이란 어른들의 말씀이 틀린 게 없다.(웃음)

10. 앞으로의 그림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
정민 : 인생을 행복하게 즐기고 싶다. 그렇다고 욕심 없이,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우리랑 일할 때 행복했으면 좋겠다. 즐겁게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만족할만한 성과도 내지 않을까. 평생 음악 하고 연기하고 노래할 건데, 달리다가 또 걷기도 하면서 옆도 둘러보고 싶다. 멤버 동현이의 뮤지컬을 보는데 ‘빠르게 걸어가려면 혼자 가고, 천천히 느리게 갈 거면 함께 걸어가자. 조금 늦어도 괜찮다’라는 말이 나오더라. 마음에 와 닿았다.

10. 보이프렌드의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나.
정민 : 일본 음반을 작업 중이다. 곡을 많이 써놓은 상태이다. 이젠 신중하게 음반을 내야 할 것 같다. 소중한 음반이 하나씩 생기는 마음이다. 어떤 음반으로 컴백할까, 방향성을 찾고 있다. 준비하는 과정까지도 모든 것이 다 소중하다.

10. 정민에게 보이프렌드는 어떤 의미일까.
정민 : 그냥 ‘나’이다. 항상 말하는 거지만, 멤버들은 이제 가족이다. 가족 그 이상의 존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일이 늦게 끝나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혼자 먹기는 싫을 때 항상 멤버들을 찾는다. 회사에서 이제 각자 살라고 해도, 우리는 숙소 생활이 편하다고 같이 산다.(웃음) 없으면 허전하고, 편안하다. 그런 의미이다. 또 다른 다섯 명의 형제를 얻은 것 같다. 지금 멤버들은 일본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나도 작품이 끝나면 여행 갈 거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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