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프랑스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BFM TV의 시청자 수가 노란 조끼 시위가 시작되던 11월17일을 기점으로 2배로 증가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BFM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알랭 웨일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항하는 시위는 매우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이는 시청자들에 매우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찌그러진 자동차, 연기로 가득한 파리의 거리, 낙서로 뒤덮인 개선문 등 생생하고 폭력적인 장면들은 전세계로 보도될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BFM의 보도는 정부와 시위대 모두의 비판 대상이 됐다. 정부 측은 BFM가 선정적이며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시위대 측은 이들이 보도 과정에서 기득권에 호의적인 시사 평론가를 초청해 사건을 분석했으며, 정부에 옹호적인 태도를 취한 것에 대해 비난했다.
한 유명 칼럼리스트는 "방송사가 방화, 폭력 등 자극적인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최면 효과'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BFM이 노란 조끼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BFM은 시장의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간 보도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BFM은 2000년 넥스트라디오TV(NextRadioTV)를 운영하던 웨일 CEO가 미국의 CNN 채널을 모티브로 해 만든 뉴스 채널이다. BFM은 긴 시간의 토론을 중심으로 이끌어가던 기존 프랑스 방송 뉴스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의, 실시간 뉴스를 24시간 보도하며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2008년에는 개국 8년만에 가장 시청률이 높은 뉴스 채널로 등극했다.
지난주에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의 총격 용의자 셰리프 셰카트가 경찰에 사살됐다는 보도를 하며 자메이카 뮤지션 밥 말리의 '아이 샷(I Shot·내가 쐈다)'를 배경 음악으로 선정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프랑스 당국자들은 BFM의 보도가 점점 대중 영합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언론당국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BFM이 극우성향의 정당인 국민전선(FN)의 후보를 여러차례 방송에 내보이며 극우집단을 자극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시위대 역시 BFM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았다. FN을 이끄는 마린 르펜은 트위터에 해시태그 '#BFMacron'을 달고 글을 올리며 BFM 방송사와 마크롱 대통령이 뜻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란 조끼 시위를 취재하는 BFM 기자들은 시위대의 지속적인 욕설과 폭력으로 인해 보안 요원들과 동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프랑스 주간지 파리스 매치의 올리비에 루아이앙 편집장은 "BFM 현상은 전통적인 언론 매체와 취재 방식을 흔들고 있다"며 BFM이 언론계에 미친 악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BFM 기자는 인터뷰 대상의 신용도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없이, 거리를 지나는 누구에게나 마이크를 들이댄다"며 "이후 그들이 말한 문장 하나로 사람들을 자극시킨 다음 모두가 논쟁에 뛰어들게 만든다" 말했다.
루아이앙 편집장은 "BFM은 시청자들에 매우 민감한 매체다. 작은 이벤트도 큰 사건으로 만들 수 있다. 그들이 보도하면 다른 매체는 이를 따라갈지를 두고 고민을 시작한다"고 현재 언론계의 상황을 전했다.
웨일 CEO는 뉴스가 이슈를 자극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는 "영국의 브렉시트, 프랑스의 노란 조끼, 미국의 트럼프 등 많은 현상을 언론이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없다"며 뉴스는 현상을 따라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은 각 나라의 진화를 반영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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