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엔비디아, 삼성 7나노 EUV로 차세대 GPU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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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6.06. 오후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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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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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확보 위한 공격적 영업전략
세계 팹리스 2위 업체 수주 성과로

[서울경제] 반도체 설계(팹리스) 분야 세계 2위인 미국의 엔비디아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위탁생산)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생산한다. 엔비디아가 오랜 파트너이자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 대신 삼성전자의 손을 잡은 것은 상징성이 크다. ‘2030년 비메모리 1위’를 목표로 한 삼성이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공격적 수주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하는 차세대 GPU 암페어 생산을 삼성 파운드리에 위탁한다. 기존에 12나노 공정으로 GPU를 생산하던 엔비디아의 첫 번째 7나노 제품이다. 애초 엔비디아가 첫 7나노 제품을 TSMC에 맡길 것이라는 기존 관측을 뒤집었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난해 매출 103억9,000만달러(약 12조2,400억원)에 달하는 세계 2위 팹리스라는 점에서 앞으로 삼성이 거대 고객사를 확보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GPU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시대에 중요성이 커지는 반도체라 의미도 크다. 다만 대만 외신은 “TSMC의 7나노 생산라인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수익률보다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영업전략이다. 외신은 “삼성전자 7나노 EUV 공정의 수율에 대해 업계의 의구심이 있으나 삼성이 엔비디아에 제시한 가격은 이를 상쇄하기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엔비디아에는 낮은 단가로 미세공정을 구현해줄 파운드리가 절실했다. 이미 그래픽 분야 경쟁사인 AMD가 7나노 기반 GPU를 선보여 공정의 미세화는 피할 수 없으나 지난해 초 매출을 견인했던 암호화폐 채굴 시장의 침체로 원가 절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거에도 엔비디아의 GTX 1050 시리즈와 테그라,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 칩 등을 14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삼성은 매력적인 옵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런 수주 전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삼성 파운드리는 일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TSMC 대비 60% 수준의 파격적인 풀 마스크 세트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소량의 제품 생산 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도입한 ‘다중 레이어 마스크(MLM)’ 세트보다도 삼성의 풀 마스크 세트가 저렴했다는 평가다. 마스크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릴 때 활용되는 일종의 필름으로 구매에 많은 비용이 든다.

거대 고객사로 호재를 잡은 삼성 파운드리와 달리 TSMC는 미중 무역분쟁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TSMC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제품을 생산하는 핵심 업체다. 미국 정부의 제재에 글로벌 주요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지만 최근 TSMC는 화웨이와의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TSMC 본사에 직원을 파견해 조사를 벌이면서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부담을 느낀 화웨이가 TSMC에 위탁생산 물량을 줄이고 있는 점은 더 큰 악재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화웨이의 TSMC 주문량이 30% 가까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엔비디아를 포함한 삼성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사는 퀄컴·IBM 등 모두 미국 기업이다. 그만큼 미중 무역분쟁 외풍에 흔들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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