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실장의 스페인 남부 기타 여행기] 1부. 도착 그리고 마드리드 악기 둘러보기 [클래식기타/플라멩코기타/스페인기타/수제기타/마드리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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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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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여행기는 2018년 6월 19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과 남부 지역을 방문한 기타 여행기입니다.
- 긴 호흡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모든 영상은 4K로 제작되었습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입니다. 중학교 2학년때 집 근처 교습소에서 처음 시작했던것이 클래식기타였습니다. 당시 오아시스와 언니네이발관, 델리스파이스에 빠져있었지만 다니던 교습소가 클래식기타만 가르쳤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어찌보면 고향같은 기타가 저에겐 클래식기타입니다. 기타 관련 일을 할 줄 알았더라면 그때부터 더 열심히 연습을 할걸 그랬네요.
 
그 이후 취미 삼아 연주를 해왔지만 소질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하드웨어적인 요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무작정 캐나다에 있는 기타 제작학교에 들어간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직업상 여러 국적의 다양한 브랜드, 제작자의 기타들을 만나오면서 각기 다른 설계와 구조, 목재 선별, 디자인, 칠의 종류와 두께, 접합 방식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점점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기타 본연의 소리를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과연 수치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명기라고 이야기하는 토레스나 하우저, 산토스 에르난데스의 기타도 이런식으로 제작되었을까? 또한 본 고장의 기타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내가 보아왔던 기타들과 어떠한 부분이 다를까?
 
내가 놓치고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일단 답을 찾기 위해서는 그들이 해왔던 방식을 직접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기타의 본고장에 직접 방문해서 실제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기타를 찾아보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토레스의 고향 스페인 안달루시아로 가자. 기타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들과 와이프가 공항까지 배웅해주었습니다.

중간 경유지인 아부다비 공항에서 커피 한잔을 먹고 다시 두번째 경유지인 로마로 출발.

한국의 축구 경기가 있던 6월의 어느 늦은 저녁 와이프와 아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25시간이 걸려 아부다비와 로마를 경유하는 비행기는 끔찍했지만 스페인에 갈 생각하니 도착할 즈음에는 설레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시에스타 시간인 오후 5시쯤 도착하니 이번 여행을 함께 해주실 민선생님께서 마중나와 주셨습니다.
 
끌레멘떼 민 선생님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플라멩코 기타리스트이면서 빼냐 오리엔떼라는 단체를 이끌면서 플라멩코 전반적인 문화를 국내에 전파하고자 노력하시는 분입니다. 2013년부터 좋은 인연이 되어 뵙다가 이번 여행에 같은 의미를 두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기타리스트이지만 악기에 대한 이해도 매우 높으셔서 한국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죠. 이번 여행의 또 다른 목적 중 하나가 플라멩코와 플라멩코 기타의 정확한 이해도 있었고, 선생님께서 워낙 스페인 통이기도 하시고 수준급의 스페인어를 구사하시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에어비엔비로 미리 예약해놓은 숙소에 짐을 놔두고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숙소가 스페인 왕궁 근처라서 바로 옆이 오페라 광장과도 가까웠습니다. 유럽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100년이 넘은 건물들이 즐비해 있는 광경을 보고 매우 신기했습니다.
 
간단하게 식사하러 간 곳이 1900년에 오픈한 집이라니... 스페인에서는 100년된 가게는 오래된 가게 축에도 못끼는구나... 우리악기사도 이제 30년되었는데 갈길이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몽과 치즈, 크로켓, 립과 함께 맥주를 마셨습니다.
숙소 근처를 잠깐 둘러보고 피곤해서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민선생님, 뮤지션 파제씨와 함께 오페라 광장 근처에 있는 ‘El Flamenco Vive'라는 플라멩코 전문 샵에 갔습니다. 1층에는 타악기, 음반, 플라멩코 소품을, 지하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플라멩코 기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었습니다.

연습용 악기부터 1인 제작자의 악기까지 전시되어 있었는데 100~250만원대의 연습용 악기 여러대를 시연해보았습니다. 사실 이 가격대의 악기들은 반수제 조립형태의 악기가 대부분인데 과거에 비해 마감이나 품질 부분이 많이 향상되었기는 하나 몇가지 면에서 많이 아쉽더군요. 특히 음색과 밸런스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18. El flamenco vive in Madrid

19. El flamenco vive in Madrid 2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 나일론 기타였는데 생각보다 꽤 괜찮았습니다. 우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100만원이하의 제품부터 200만원대까지의 중국산 나일론 기타 브랜드인 코르도바를 취급하고 있는데 비슷한 가격의 왠만한 수제 기타보다 낫다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실제로 이 가격의 반수제 조립형태의 스페인산 기타와 견주었을 때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여러대의 기타를 시연하고 나서 점심을 먹을 겸 산미겔 시장(Mercado de San Miguel)에 들렀습니다.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는데 시장이 실내 건물 형태로 되어있어서 좀 낫더군요. 다양한 해산물, 하몽, 디저트류가 반기고 있었습니다. 문어와 감자가 빵에 올려져 있는 타파스, 손가락 모양의 햄과 하몽, 구운 파프리카 등과 함께 맥주를 마시니 더위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오페라 광장 근처에 있는 고악기 전문 샵입니다. 사실 마리아노 꼰데 공방 근처에 있던 샵이었는데 지나가다 우연히 찾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고증을 통해 제작된 고악기들을 취급하는 샵이었는데 목관 리코더부터 류트, 로맨틱기타, 플라멩코, 클래식 기타까지 다양한 악기들을 전시해두었습니다. 사실 시연해 볼거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이것 저것 물어보고 관심을 가지니 시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28. 로맨틱 기타 Romantic Guitar (with 파제 Pa.je)

먼저 시연한 기타는 로맨틱 기타입니다. 낭만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로맨틱 기타는 현대의 기타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크기가 매우 작고 허리가 잘록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린 형태의 튜닝 펙을 사용한 것이 일반적이며 헤드와 넥의 앵글이 지금의 형태와는 달리 완만합니다. 지금의 마틴 사의 초창기 모델들도 해당 형태의 기타라고 볼 수 있는데 작은 바디 특유의 선명한 음색이 특징입니다.

29. 로맨틱 기타 Romantic Guitar in Madrid (with Clemente Min)

실제로 직접 연주해본 것은 처음인데 의외로 큰 볼륨에 놀랐습니다. 하이프렛에서의 볼륨도 로우프렛과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는데 단순히 작은 스케일의 특징이 아닌 헤드 앵글, 브릿지와 줄높이 세팅, 넥 접합부 등 구조적인 부분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특유의 종소리 같은 음색이 낭만주의 음악의 독주 악기로 연주되었을 때 아름다움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30. 플라멩코 기타 Flamenco Guitar in Madrid (with Clemente Min)

다음으로 연주한 악기는 초창기 플라멩코 기타입니다. 물론 바이올린 형태의 튜닝 펙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악기보다 넥 쉐입이 더 얇은 형태였는데 편안한 연주와 선명한 음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화로 700만원 가량의 악기 치고는 풍부한 음색이 느껴지지 않아 약간 아쉬웠습니다.

다음으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마리아노 꼰데(Mariano Conde) 공방에 방문했습니다. 플라멩코 기타에서 가장 위대한 제작자 중 한명인 도밍고 에스테소의 후임자인 꼰데는 현대의 플라멩코 기타 연주자들이 가장 연주하고 싶어하는 악기 중 하나입니다. 펠리페 꼰데에 이어 헤르마노스 꼰데, 그리고 그 조카인 마리아노 꼰데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스페인의 대부분의 제작자가 그러하듯 플라멩코와 클래식 기타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잘 정돈된 멋스러운 공방이 인상 깊었습니다. 입문자용 기타부터 1500만원대의 악기까지 다양한 악기를 시연해볼 수 있었습니다. 낮은 등급의 재료에서도 꼰데 기타 특유의 밸런스를 뽑아내는 것을 보아 역시 명성처럼 재료보다 기술이 위에 있다는 노련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34. 마리아노 꼰데 Guitarreria Mariano Conde (with Clemente Min)

마리아노 꼰데씨에게 시연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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