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찾은 과천시 원문동의 S 공인중개사 사무소. 전세 물건을 알아보러 왔다는 기자에게 공인중개사 이 모씨는 "쉽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거래를 하나라도 성사시켜야하는 공인중개사가 기다리라고 제안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 과천 전세 시장의 이상 과열 상태를 보여주는 장면인데, 이유는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에 있었다.
과천 전세 시장이 이상 과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과천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93%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장 높았다.
과천 아파트 전세금은 올해 상반기까지 약보합세를 유지하다 지난 7월 둘째 주 조사에서 0.01% 오르며 반등했고, 이후 15주 연속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마지막주 조사에서는 전주 대비 0.91%가 올랐고, 이달 7일 기준 조사에서는 1.33% 오르는 등 최근에는 급등세마저 연출되고 있다.
이런 과열 양상은 실거래 내용으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2일 별양동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4.961㎡ 12층 전세는 지난 1월 같은 면적 같은 층보다 1억2000만원 오른 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7억4000만원(7층)에 거래됐던 별양동 ‘래미안센트럴스위트’ 전용면적 59.69㎡ 전세도 2개월 만인 지난달 9000만원 오른 8억 3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과천에서 갑자기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과천에는 약 8000가구 규모의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약 7000가구짜리 3기신도시 등의 분양이 이어질 예정이다. 공공택지이다보니 분양가가 시세보다 많이 쌀 것으로 기대되고, 당첨되면 억대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실제 최근 분양을 준비중인 한 공공택지 단지는 과천시가 요구하는 분양가 3.3 ㎡당 2200만원이 너무 싸다며 분양가 재심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과천시내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4000만원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다. 특히 최근 청약 결과를 보면 과천시민 중 청약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1순위 경쟁률이 높지 않았다는 점도 당첨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요자가 몰리고, 전세금은 오르는데 매물은 점점 자취를 감추는 중이다. 일부 연립주택의 경우 전세금이 매매금의 90%까지 육박하기도 했다. 20평대 아파트 전세 매물이 없다보니 비슷한 크기의 신축 빌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서다. 원문동 B공인 김모 중개사는 "과천 부림동 신축 빌라는 5억~5억5000만원대에 전세 매물이 있다"며 "매매가격과 겨우 5000만원쯤밖에 차이가 안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천은 새 아파트가 많지 않고 앞으로 몇 년동안 분양할 물량이 몰려있기 때문에 청약을 노리는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내년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있다고 해도 대기수요를 흡수하기는 어려운 만큼 전셋값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j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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