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고 싶어 머리카락 잘라 판 中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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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0만명 ‘유수아동’ 어쩌나

일하러 도시로 간 농민공의 자녀
보살핌 못 받고 빈곤 속 방치돼

산시성 산골 소녀 사연은

엄마는 1년에 딱 한번 만나
“영상통화 되는 스마트폰 사고파”

중국 중서부 산시성 시골에 사는 12살 허징링(위 사진)양은 조부모와 함께 사는 ‘유수아동’(留守兒童·부모가 돈 벌러 간 뒤 시골에 남겨진 아이)이다.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는 돈 벌러 도시로 떠나 설에만 온다. 허양은 “엄마는 전화할 돈도 별로 없어 우린 통화를 오래하지 못한다”며 “엄마 얼굴도 볼 수 없어 차라리 전화하지 않는 게 낫다”고 푸념했다.

허양은 친구가 자신의 엄마와 스마트폰으로 화상통화하는 것을 본 뒤 머리카락을 잘라 300위안(5만원)에 팔았다. 돈을 모아 스마트폰을 사겠다는 생각에서다. 허양은 “머리카락은 엉덩이까지 닿을 만큼 길었다”며 “내가 가족에게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수입”이라고 말했다. 허양은 “내 친구는 늘 엄마와 화상통화하고 사진도 함께 찍어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다”며 “나는 엄마와 함께 찍은 게 아기 때 사진밖에 없다”고 장쑤위성TV 기자에게 보여줬다.

허양의 조부모는 가파른 산 중턱에서 닭을 키우고 약초를 재배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리고 있다. 연수입은 겨우 7000위안(120만원) 정도다. 허양은 가난해도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우등생이다. 직접 시장에 가서 키우던 닭을 팔기도 한다. 허양의 할머니는 “아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학비가 없을까봐 걱정”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장쑤위성TV로 방송된 허양 사연을 전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탈빈곤 선언에도 불구하고 시골에선 부모들이 가난 때문에 아이를 놔두고 도시로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지난해 10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도시로 돈 벌러 떠나고 남은 중국 유수아동 수가 68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베이징사범대학 2013년 연구에선 전체 중국 어린이의 16.7%인 4000만명이 ‘상대적 빈곤’ 상태로 지낸다고 분석했다. 연구에서 상대적 빈곤의 기준은 농촌 지역의 경우 연수입이 4213위안(약 72만원) 이하, 도시 지역은 9659위안(166만원) 이하로 분류했다.

특히 유수아동들은 빈곤 문제도 심각하지만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지난달 중순 후난성에 사는 네 살배기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 영상이 웨이보에 공개돼 충격을 줬다. 아이 아버지는 도시로 나갔고 할아버지가 마작에 빠져 아이를 방치했다고 한다. 또 산둥성 칭다오시에선 7살 소년 창장이 혼자 택배 일을 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창장은 아버지가 병으로 죽고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아버지 친구가 키우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강추위 속에 등교하느라 머리가 하얗게 된 8세 ‘눈꽃송이 소년’ 왕푸만(아래)도 유수아동이다.

시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까지 ‘탈빈곤 실현’을 선언했다. 하지만 빈곤선 이하 인구가 300만명이 넘는 지역이 티베트, 쓰촨성, 신장 남부 등 6곳이나 되고 주민의 20% 이상이 빈민인 마을도 3만개나 된다는 게 중국 정부의 분석이다. 4년 내 탈빈곤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도시가 번창하지만 전체 인구의 40%, 5억명가량은 하루에 5.5달러 미만의 돈으로 힘겹게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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