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장 황소라씨 “수어중계사 노동조건 너무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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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언어장애인들의 수어를 음성으로 전달하는 중계사 황소라씨에게 노동조합은 원래 과격단체였다. 파업현장은 으레 고성과 폭력이 오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노조는 죄다 그런 모습이었다. 노조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대형마트에서 ‘알바’를 하면서였다. 타 지점 노조 파업으로 대체인력으로 파견된 현장에서 황씨는 평화로운 파업을 접했다. “아빠와 연배가 비슷한 분들이 콜라 하나씩 사서 계산대 앞에 줄을 서고 환불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돈 더 준다고 거기서 일하고 있던 제가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대학에서 수화통역학을 전공한 황씨는 졸업 후 곧바로 한국정보화진흥원 손말이음센터에 입사했다. 진흥원이 손말이음센터를 두고 KT와 용역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황씨를 비롯한 중계사들의 소속은 ‘KTcs’다. 업무환경은 열악했다. 적은 임금에 인력이 부족해서 화장실 갈 시간이 없었다. 1시간 넘게 통화를 기다린 이용자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뒤 다녀올 정도였다. “지금 죄송한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얘기했어요. 화장실 얘기 자체가 부끄러운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화장실 가는 건 기본권인데, 내가 가고 싶을 때 못간다는 생각이 드니까 처참하더군요.”

일터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성희롱을 비롯한 사이버 성폭력이 빈번했고, 임금 체불에 퇴사자가 늘면서 노동강도는 더 세졌다. 도움의 손길을 찾다가 황씨는 직접 노조를 만들기로 했다. 6개월 준비기간을 거쳐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를 창립했고 황씨가 지회장을 맡았다. 당장 노조가 결성되자 사측은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더 단단히 뭉쳤다. 지금보다 더 잘살고 싶다는 열망은 모두 같았다. “업무환경이 잘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요. 더 나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죠. 무엇보다 조합원분들에게 고마워요. 저랑 친분이 없던 분들도 노조의 취지를 공감한다며 힘을 보태주셨어요.”

황씨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황씨를 비롯한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은 곧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 직접 고용된다. 예정대로라면 모두가 진흥원 소속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진흥원은 손말이음센터를 본사가 있는 대구로 옮길 계획이다. 중계사들에게도 대구 근무를 통보했다. 갑작스런 근무지 이전 소식에 중계사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수어통역사의 50%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기게 되면 인력 충원은 더 요원해진다. “조합원들은 입버릇처럼 ‘진흥원에 직접고용되면 정년까지 일하자’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근무지 이전 방침이 나오면서 그만둔다는 분들이 계세요. 사실상 해고 통보와 다르지 않죠.”

앞으로 황씨는 가만히 입 다물고 살지 않을 생각이다. 억울한 일이 생기면 더 목소리를 낼 심산이다. “손말이음센터에 와서 여러 일을 겪었습니다. 트라우마로 남은 일도 있죠. 그런 상처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일에 얽매여 슬퍼하며 살지 않으려고 합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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