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공수처 반대"…여권 내 정면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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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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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 위험 크다…검찰 수사권 폐지가 답" [곽재훈 기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문제가 여야 4당의 '선거제도 패스트트랙' 추진의 복병으로 떠오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여당 당론인 공수처 설치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작심 비판을 하고 나섰다. 금 의원은 2017~18년부터 여당·진보진영 내 대표적인 공수처 반대론자였다.

금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공수처 설치가 검찰 개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고, 만일 설치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개혁과는 반대방향으로 갈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금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라며 "첫째, 공수처 설치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본질상 사정(司正) 기구로, 권력기관인 사정기구를 또 하나 만드는 데 반대한다. 우리 사회는 사법 과잉, 검찰 과잉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권력기관의 권한과 힘을 축소하고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또다른 특별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은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두 번째 이유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정한 직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를 수사·기소하는 공수처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최근 패스트트랙 논의와 관련해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에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선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는 무엇이냐.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전 세계 어떤 선진국에서도 대한민국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기관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검찰의 모든 문제가, 검찰이 경찰처럼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검찰에서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면 바로 개혁이 이뤄진다. 모든 선진국이 이런 방식으로 검찰 권력을 통제하고 있는데 왜 우리만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 번째 이유는 사정기관인 공수처가 일단 설치되면 악용될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가 공수처를 악용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나, 제도는 선의를 기대하고 설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설적으로, 박근혜 정부 우병우 민정수석이 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분들은 '검찰 외에 공수처가 있으면 권한이 서로 경쟁하면서 국민들에게 봉사할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조직 원리를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공수처라는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기면 이제 양 손에 검찰과 공수처를 들고 전횡을 일삼을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병우 민정수석 체제에서 만약 공수처가 있다면 정말 상황이 더 나아졌을까? 저는 훨씬 더 나빴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어떤 분들은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이라 정권에 충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십 년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게 하는 데 실패해왔는데, 무슨 기발한 방법이 있어서 공수처는 그런 '착한 기관'으로 만들 수 있느냐고 묻고 싶다. 그리고 그런 방법이 있다면 기존 검찰을 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으로 만들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고 꼬집기도 했다.

금 의원은 나아가 "세계 어느 곳에도 비슷한 예가 없는 조직, 권력기관을 만들려면 최소한 깊이 있는 토론을 벌여야 하는데 지금은 마치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면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것처럼 치부되고 있다. 이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여권 일각의 행태를 비판했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달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고, 여당 의원들은 이에 화답하듯 온·오프라인에서 공수처 설치 촉구 시위를 이어가는 '공수처 챌린지'를 벌이기도 했다.

금 의원은 "공수처와 같은 권력기관 설치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고 적어도 찬반론의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며 "토론을 하고 싶다. 어떤 논평도 환영"이라고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금 의원은 이같은 제안의 배경에 대해 "설익고 검증되지 않은 정책에 매달리다가 검찰 개혁의 적기를 이렇게 놓친다고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라며 "현직 검사 시절 검찰 개혁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가 쫓겨나다시피 검찰을 나온 후 십수 년 동안 누구 못지않게 검찰 개혁을 주장해왔고 나름 공부도 해왔다. 적어도 검찰 개혁 문제에 관한 한 저도 얘기할 자격과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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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를 거쳤습니다. 관심사는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 생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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