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금속' 구리, '안전자산' 금과 이례적 동반 상승... 2년來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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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4. 오전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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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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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산업금속 구리(copper) 값이 2년 만에 최고치 수준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구리는 제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쓰인다. 구리 가격을 보면 실물경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해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말하자면 경기 선행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체로 구리값이 오르면 위험자산 투자가 곧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3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전날 구리 현물값은 톤당 6527달러를 기록했다. 구리값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번지면서 유례없는 속도로 추락했다. 지난 3월 23일에는 연저점(톤당 4617달러)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 시작에 4개월 만에 41% 넘게 수직상승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紙)는 "구리 가격이 여러 원자재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면서 "금과 구리가 동시에 뛰는 이례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시장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 금과 ‘위험 자산’의 향방을 가늠하는 길잡이 격인 구리는 가격이 희비 쌍곡선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금속가격은 함께 뛰고 있다. 2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8월물) 가격은 온스당 1890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역사상 가장 높았던 지난 2011년 8월 22일 온스당 1891.90달러에 불과 1.90달러 차로 접근했다. 올해 들어서만 25%가량 올랐다.

대표적인 산업금속 구리(copper)로 만든 황동코일 묶음.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크는 전문가를 인용해 금과 구리값 동반 상승 원인이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있다고 분석했다.

금은 안전자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 수단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포함한 주요 경제대국들이 일제히 유동성(돈)을 풀기로 하면서, 곧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금은 떨어지는 화폐 가치를 대신할 만한 가장 대표적인 위험 분산 수단이다.

구리는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경기 회복’ 여부에 민감하다. 각국 정부가 돈 풀기와 동시에 대규모 부양책을 동원해 경기 정상화에 시동을 걸면서 구리 값을 수요 측면에서 떠받치고 있다. 전 세계 구리 생산량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에서 공장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것도 구리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구리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 역시 구리값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글로벌 구리 생산량 1·2위 국가인 칠레와 페루에서는 뒤늦게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채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다. 채굴한 구리 원물인 정광을 제련하는 공장은 중국 남부에 몰려 있는데 최근 이 지역은 역사적 홍수로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상품 투자를 하는 헤지펀드들은 일찍부터 구리값이 더 오를 것이라 보는 ‘롱포지션’에 섰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구리 시장에서 헤지펀드 포지션은 2년 사이에 가장 많은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으로 4만1309 계약이 순(純)롱포지션을 보였는데 이는 지난 주보다 약 30% 늘어난 기록이다.

[유진우 기자 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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