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아파트 매물 실종사건…148건→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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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2. 오전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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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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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허위·중복매물 단속

중개사들, 온라인 매물 거둬

"네이버서 매물정보 찾는 대신
발품 팔아야 하는 시대 오나"


'148건→0건'.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열흘 전까지만 해도 100여 건이 넘던 네이버부동산 매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허위 매물 퇴출 운동'을 벌인 데 이어 21일부터 허위 매물을 올린 중개사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물리는 법까지 시행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온라인 매물이 급감해 좋은 매물을 찾으려면 직접 중개업소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파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흑석동 흑석한강푸르지오 네이버부동산 매물은 매매 0건, 전세 2건, 월세 0건이 등록됐다. 이달 8일 기준 매매 148건, 전세 86건, 월세 42건에 달하던 매물이 보름도 안 돼 갑자기 증발했다. 이 단지 주민들은 이달 중순께 동작구청에 허위·중복 매물이 너무 많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등 이른바 허위 매물 퇴출 운동을 벌였다. 단지 총 가구 수는 863가구로 공공임대 147가구를 제외하면 716가구에 불과한데 당시 매물(매매+전세+월세 합산)이 가구 수의 35%에 달하는 254건이나 된다는 이유였다. 흑석한강센트레빌, 아크로리버하임 등 인근 단지들도 구청에 같은 민원을 제기했다. 흑석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은 "허위·중복 매물이 너무 많아 시세가 오르지 않는 '부동산 가두리' 효과가 심했다"며 "이제 중복 매물이 거의 정리됐으니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매물 실종은 앞으로 흑석동뿐 아니라 서울 전체 아파트 단지로 확산될 전망이다. 21일부터 허위·중복 매물을 올리는 중개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네이버, 부동산114, 다방, 직방 등 부동산 매물이 올라가는 인터넷·모바일 서비스가 모니터링 대상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그간 중개업소들은 집주인이 내놓지도 않은 집(허위 매물)을 매물로 올려놓거나 지역별 공동 전산망에 올라온 매물을 호수만 약간 바꿔 중복으로 올리는 사례(중복 매물)가 많았다. 매물을 보고 매수 희망자에게 연락이 오면 집주인이 실제 의뢰한 중개업소 측에 연락해 공동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수수료를 나눠 갖는 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집주인이 의뢰하지 않았는데도 공인중개사가 임의로 올린 허위 매물이 적발되면 건당 과태료를 500만원 내야 한다. 매도인과 임대인 등에게 의뢰받지 못한 공인중개사가 다른 중개사 주택 물건을 함부로 가져다 광고할 때(중복 매물)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 부동산 광고를 게재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실제 개정안이 시행된 21일부터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온 매물 수가 급감했다. 부동산 통계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네이버부동산에서 서울 아파트 매물은 10만873건으로 지난 14일 11만3314건보다 1만2000여 건(11.0%) 감소했다.

자치구별로는 흑석한강푸르지오가 속한 동작구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난 14일 4111건이던 매물이 2811건으로 31.6% 줄었다. 특히 주민들의 허위 매물 퇴출 운동이 벌어진 흑석동은 1014건에서 196건으로 80.7% 급감했다.

한편 시장에선 이번 조치로 인해 온라인 매물 검색 위주인 '손품' 시대가 가고 오프라인 중개업소를 찾는 '발품'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안 그래도 매물이 부족한 시기에 중복, 허위 매물에 대한 신고가 늘고 중개업소간 매물을 놓고 경쟁이 심화되면 마음 편하게 온라인에 매물을 올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결국 알짜배기 매물은 각 중개업소만 보유한 '전속 매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대면 시대에 중개업소 방문이 더 중요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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