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판단 갈린 '엄마의 복수'···"민식이법은 적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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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27. 오후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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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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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SUV 차량이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을 덮치는 사고 영상이 공개되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피해 학생의 가족은 “동생과 한 아이 간의 실랑이가 있었는데 상대 아이 어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동생을 차로 쫓아와 고의로 들이받았다”고 주장하며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반면 가해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고의성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해 운전자의 고의성 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식이법 적용뿐 아니라 살인 미수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교통 전문가 4명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4명 모두 민식이법 적용은 무리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보복운전과 다를 것 없는 행동”
경찰대를 나온 고태관 변호사(법무법인 민)는 “차량 앞에 앞서가던 자전거가 안 보였을 리가 없다”며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고 사고 직후 가해자의 행동도 사고를 낸 운전자들의 일반적인 행태와 다른 것으로 보아 보복운전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가해 운전자는 사고 직후 피해 학생을 세워놓고 다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고 변호사는 “영상이 가장 큰 증거”라며 “수사기관이 이를 토대로 고의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살인 미수까지는 어렵고 고의에 의한 특수상해는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의 유발한 정황 입증돼야”
반면 다른 3명의 교통 전문가들은 고의성 입증에 대해서 판단을 유보했다. 교통사고 소송닷컴 운영자 김병언 변호사(법무법인 폴라리스)는 “영상만 놓고 봤을 때 고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고의를 유발한 행동 전 정황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통상의 교통사고는 우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특정 동기가 없다”며 “사고 전에 아이들 간의 다툼이 있었다는 피해자 측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목격자 진술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교통사고 과실범이 아닌 형법상 상해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과속과 신호위반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민식이법이 시행된 첫날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가해자는 실수라고 주장할 것”
고의성 입증이 아예 힘들다는 견해도 있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영상만 봐서는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SUV 차량 운전자가 운전 미숙이나 실수라고 주장하면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스쿨존에서의 사고 자체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라고 볼 수 있다”며 “어린이 안전을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명규 도로교통사고감정사는 “교통사고를 판단할 때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 정신착란 등의 객관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운전미숙으로 인한 실수 또는 고의가 남는다”며 “이번 사건에서 차량 주인은 분명 급하게 우회전을 하다 아이를 보지 못했다는 식의 주장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감정사는 “영상으로는 비정상적인 운전임이 명확하지만 사고와 고의 간의 인과관계 증명이 어렵다”며 “경찰 조사를 통해 사고 전후의 상황을 고려해 고의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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