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은행 대신 통장을 펼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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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02.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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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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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조성훈 기자] [[MT리포트]② 빅데이터 활용…아마존, 알리바바 금융확장 모델 따르는 네이버]


네이버는 왜 은행 사업에 뛰어드는 대신 통장을 펼쳤을까. 카카오와 함께 인터넷은행 1순위로 꼽혔던 만큼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포털시장 1위 사업자로 견제의 대상이 되어온 네이버의 고민이 담겨있다. 검색포털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로서는 신규 서비스마다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은행업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사업 모델이 아닌 차별화되면서도 기존 금융권이 주목하지 않았던 소비층을 공략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VIP보다 ‘신파일러’ 겨냥…데이터 활용해 전에 없던 서비스 창출


네이버가 금융업 직접진출 대신 제휴모델과 ‘테크핀(TechFin)’ 전략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에셋과 제휴로 내놓은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페이와 네이버쇼핑 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과 포인트 적립이 연동되는 방식. 네이버는 통장 서비스를 통해 여러 사업영역에서 충성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타깃층도 다르다. 은행처럼 큰 돈을 맡기는 VIP 고객이 아닌, 네이버를 자주 이용하는 소액 결제자 즉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들이 주 공략 대상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초년생,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 대표가 언급한 ‘새로운 가치’란 기존 금융권이 하지 못했던, 전에 없던 서비스를 말한다. 그간 신파일러들은 금융권의 획일화된 기준에 따라 신용대출이 불가능하거나 상환능력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예대마진이 주력인 은행업에서는 자체 신용도에 따라 대출조건이 까다롭다. 따지고 보면 데이터가 부족했던 이유다.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네이버쇼핑 이용자들의 결제 내역이나 인터넷 상점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 상인들의 거래 기간·결제 지연 정도에 따라 보다 정교한 신용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 네이버가 방대한 데이터와 독보적인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추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네이버가 이들을 ‘씨크파일러’(Thick filer, 금융이력이 풍부한 고객)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우하면, 네이버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를 더 높일 수 있고 ‘록인’(lock-in, 자물쇠)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설 책임리더는 “네이버는 그동안 검색과 커뮤니티를 통해 사용자와 정보,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했다”면서 “이제 네이버가 가진 연결의 힘을 금융에 적용해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알리바바 카피하는 네이버


네이버의 행보는 미국 아마존의 ‘아마존 렌딩’나 중국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금융사업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아마존 렌딩은 막대한 현금흐름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량 평가된 협력사에 파격적인 조건의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파트너 생태계를 육성하고 고객기반을 넓히고 있다.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 역시 알리바바 플랫폼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즈마’(참께)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의 결제 내역이나 연체 여부, 통신비 및 요금납부 현황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이를 통해 중소상인에 대한 대출은 물론 개인 고객대상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재 240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은 단순 결제를 넘어 네이버 플랫폼의 온라인정보와 금융정보를 결합해 고객을 묶어두고 각종 신규사업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서비스의 무게중심이 비대면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플랫폼과 자본력까지 갖춘 네이버 등 테크핀 업체들이 전통 금융사들의 위협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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