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프리’ 외치는 사람들 “코로나와 환경, 무관하지 않다”

입력
수정2020.09.02. 오후 8:22
기사원문
고희진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양은냄비·반찬통에 담긴 케이크
환경 생각한 카페·손님 합작품
장기적으론 일회용품 사용이
바이러스 취약 사회 만들 수도
[경향신문]

31일 서울 종로에서 직장인들이 포장 음식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 201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곳에서는 플라스틱 컵, 빨대, 종이컵, 물티슈 등 일회용품을 찾아볼 수 없다. 매장에서는 물론이고, 포장을 원하는 손님들도 블루베리나 청포도가 올라간 예쁜 케이크를 일회용 상자가 아닌 집에서 쓰던 밀폐용기 혹은 양은냄비 등에 담아 간다.

하지만 플라스틱 없이도 인기 만점이었던 카페의 매출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카페를 운영하는 길현희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평소보다 적게는 30%, 많게는 70% 가까이 줄었다”며 “일회용품 포장 판매를 하지 않다보니 일반적인 카페들보다 타격이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식음료 매장의 일회용품 배출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커피전문점들은 테이크아웃(포장 판매) 서비스에 집중하고 배달도 시작했다. 일회용품을 이용한 포장 판매가 아니면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플라스틱 없는 삶, ‘플라스틱 프리’를 외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코로나19는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회용품은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매장 월세도 내기 힘든 상황이지만, 길씨는 일회용품 사용 계획이 없다. 그는 “손님에게 플라스틱 포장이 안 된다고 하니 ‘요즘은 코로나여서 일회용품 써도 된다. 규제가 풀렸다’고 알려주시는 분도 있었다”면서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회용품을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길씨는 최근 카페 인스타그램에 ‘요즘 주위 카페에서 택배 포장이나 배달 앱을 시작한다는 공지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그렇게라도 (영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격하게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지구가 정말 걱정이 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플라스틱프리 카페 ‘얼스어스’에서 손님들이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가는 모습. 얼스어스 제공.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2018년부터 플라스틱 프리 카페를 운영하는 정다운씨 역시 “확실히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여전히 일회용품을 사용할 생각은 없다. 깨끗이 씻은 개인 식기나 다회용기 등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일반 식당에서도 그렇게 사용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평소 텀블러 사용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생활을 하는 직장인 김지현씨(33)는 “최근 회사에서도 배달이나 포장 음식을 사먹는 경우가 생기는데 먹고 쓰레기를 치울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며 “이 같은 생활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개인 용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이들의 노력은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없는 삶에 동참하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 35% 감축을 목표로 카페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환경부는 올해 2월부터 공항·역의 식당,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에 ‘강화된 거리 두기 2단계’(2.5단계)가 시행되며 프랜차이즈 카페 등은 종일 포장 판매만, 제과점·패스트푸드점·일반식당 등은 오후 9시 이후 포장 판매만 가능해졌다. 일회용품 배출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회용품은 정말 더 안전할까. 지난 6월 세계 공중보건 전문가 115명은 ‘코로나 시대의 다회용품 사용은 안전하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플라스틱과 석유화학 산업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하며 환경규제를 약화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플라스틱 없는 미래를 요구했다. 또 “플라스틱 포장에는 특별히 위생적인 것이 없다”며 “일회용 플라스틱은 사용 후 버려져서 청소노동자 등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일회용품 사용이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회를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희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과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신종 전염병 발생이 무관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오히려 적극적인 일회용품 사용 저감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바로가기▶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