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완전고용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는 일도 예의주시하겠다"고 선언
볼커-그린스펀 시대 룰은 고용 불안 감수하며 인플레 억제하는 정책
실제 파월은 앨런 그린스펀처럼 카리스마를 지니지도 않았다. 벤 버냉키처럼 경제이론으로 무장하지도 않았다. 그는 변호사 출신이다. 재닛 옐런처럼 ‘강성 비둘기파’라는 이미지도 없었다.
지루한 파월이 미국, 더 나아가 글로벌 통화정책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극적인 실험’을 27일(현지시간) 시작했다. 그는 이날 온라인 진행된 2020년 세계 중앙은행가연찬회(잭슨홀 미팅) 연설을 통해 이른바 ‘평균물가목표제의 유연한 형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란 새로운 통화정책 룰을 제시했다.
파월의 ‘평균물가목표제~’는 말은 길다. 반면 뜻은 간명하다. 일정 기간 물가가 기준치인 2%에서 벗어나더라도 Fed가 용인한다는 얘기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은 월가 분석가들의 말을 빌려 “파월의 새 시스템이 ‘장기 저금리 시대’을 의미한다”고 일제히 전했다.
지금까지는 물가가 일정 수준(예를 들면 2%)에 이를 ‘조짐이 뚜렷하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1980~90년대 Fed를 이끈 폴 볼커와 그린스펀에 의해 굳어진 통화정책 원칙이다.
영ᆞ미 중앙은행 역사가인 존 우드 미 웨이크포레스트대 교수는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볼커와 그린스펀은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금리의 급변동을 용인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Fed 등이 시중 금리를 급변동시켜서라도 물가안정을 달성하려 했다는 게 우드 교수의 말이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1980년 볼커는 연방기금 금리를 연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 바람에 당시 시장금리는 살인적으로 치솟았다.
물론 볼커의 인플레이션 파이팅 이후 미국 물가 상승 폭이 둔화했다. 그 바람에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변동 폭은 크게 줄기는 했다. 하지만 “볼커-그린스펀 패러다임의 기본 전제는 물가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금리 오버슈팅(overshooting)을 감수한다’였다”고 우드 교수는 말했다.
레이 교수의 말이 터무니없지 않다. 파월은 물가안정과 함께 Fed의 양대 의무인 완전고용의 정의도 새롭게 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가 강조한 완전고용 폭넓은(장기) 의미였다(단기적인 실업률 증가 용인)”며 “(그러나) 앞으로는 완전고용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는 현상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시적인 실업률 증가에도 Fed가 대응할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대신 물가가 목표치에서 벗어나는 변동성은 어느 정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레이 교수가 말한 볼커-그린스펀 게임의 룰을 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가 지루한 인물을 게임 체인저로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그 바람에 월가의 일부 분석가들은 Fed가 사정이 나빠지면 결국 시중금리(수익률)관리(YCC)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YCC는 미 국채 금리 등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막는 정책이다. 물가 대신 고용의 급변동을 막기 위해선 시중금리 요동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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