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은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가져다준 작품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작품성에 적신호를 보여주더니
포켓몬에 비해 갈수록 우울해지는 전망을 선보였습니다.
최근으로 갈수록 타게팅하는 연령층도 더더욱 어려지는 경향을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디지몬 올드팬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 전해져왔으니
그건 바로 불멸의 명작 디지몬 어드벤쳐의 공식 후속작이 시작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름하여 디지몬tri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당연히 모든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줄 수밖에 없었고
우리들에게 익숙했던 주인공들이 청소년들이 된 모습은 묘한 향수를 안겨다줬습니다.
자 그렇다면 무려 15주년 기념으로 야심차게 기획된 디지몬 tri는
보란듯이 성공하여 디지몬 시리즈에 새로운 국면이 되어주었을까요?
놀랍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디지몬 역사상 최악의 작품이라는 악평과 동시에
총 6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갈수록 수익이 감소하는 기현상을 보였거든요.
자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물론 하나의 작품이 몰락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단언컨데 이녀석을 가장 큰 이유로 뽑고 싶습니다.
메이쿠몬은 tri에서 처음 등장한 디지몬인데 너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컨셉 자체가 신나리가 데리고 다니던 가트몬과 완전히 겹치며
무엇보다 새로 등장한 캐릭터이다 보니 1장, 2장의 비중을 완전히 잡아먹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tri에선 파워 디지몬의 주인공들은 눈꼽만큼도 조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작중의 주인공들은 인류가 멸망할 엄청난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파워디지몬 멤버들에 대해 의문조차 가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핵심 멤버들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와중에
생판 처음 보는 고양이의 비중을 엄청 높여놓는것은 무언가 이상해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압도적인 비중이 메인 주인공들의 매력또한 경감시켰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팬들에 대한 헌사에 가까운 후속작들은
그들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갑자기 tri에 새로 등장하여
이야기의 메인 플롯을 독점한 메이쿠몬은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이 메이쿠몬이 엄청난 민폐덩어리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메이쿠몬은 디지몬들을 감염시키는 최초의 보균자였으며 덕분에 많은 곳에 피해를 끼쳤습니다.
또한 정신적으로 불안하여 주기적으로 흑화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인명 피해와 건물, 도로 파괴 등 엄청난 기물파손을 했습니다.
또한 갑자기 무고한 새를 죽인다거나 자신이 감염시킨 디지몬을 직접 죽이는 모습은
어떻게 편들 방법이 결코 없는 그야말로 사이코패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보통 이런 설정의 캐릭터가 등장할때마다 다 그렇듯이
주인공 일행들이 메이쿠몬과 그의 파트너에게 아무런 제제도 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싸준다는 것입니다.
아니 인간적으로 이런 민폐를 끼쳤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것 아닌가요?
덕분에 메이쿠몬은 직접적으로 반성하거나 계몽하는 장면 따위는 나오지도 않습니다.
자 그렇다면 도대체 메이쿠몬은 왜 이런 녀석이 되었을까요?
물론 여러가지 방면에서 다각도로 설계 미스를 일으킨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저는 메이쿠몬의 탄생배경에서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메이쿠몬은 감독이 키우던 고양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졌거든요.
결국 디지몬tri는 우리들이 가장 사랑하는 과거 주인공들의 새로운 서사시가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감독이 아끼는 고양이 메이쿠몬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파워 디지몬의 멤버들은 증발해버리고 디지몬 어드벤쳐의 멤버들을 들러리로 만들어버리다니
어릴 적 디지몬을 정말 좋아했던 팬들 입장에서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관건은 바로 최종장인데 메이쿠몬이 결국 주인공 일행에게 죽으면서 이야기가 끝나버렸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마지막에 죽는 캐릭터들이 그러하듯 엄청난 감성팔이와 미화가 적용되기 때문에
그동안의 민폐와 살육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데요.
이 마지막 화룡정점 이야말로 산으로 가버린 작품성에 불을 지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자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디지몬 제작진들은 이런 캐릭터를 심어넣은 것일까요?
그런데 여기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놀라운 사실이 하나 밝혀집니다.
디지몬의 공식 설정집을 보시면 우리는 메이쿠몬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적혀있는 메이쿠몬의 설명을 보시면 ポケモン라고 적혀있는데요.
ポケモン는 놀랍게도 포켓몬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지몬이 아니라 포켓몬이었다니... 모든 실마리는 풀렸습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메이쿠몬이 디지몬의 15주년 기념 야심찬 부흥을 가로막기위한
포켓몬 제작진들의 첩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디지몬의 부흥을 이토록 전략적으로 막다니... 정말 치밀하고도 잔인한 녀석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디지몬을 망친 포켓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디지몬칼럼을 쓰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만우절 기념으로 포켓몬과 연관된 칼럼을 써봤는데요.
물론 오늘 이야기는 오타에 의해 파생된 농담이니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고북손의 디지털월드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다음 포스트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북손의 디지털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