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아파트 세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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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29. 오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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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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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이 폭등한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같은 비상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 전국 아파트값은 하락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매달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1~9월 누적치로 2.25% 하락했다. 충북, 경남, 경북, 강원, 울산 등은 5% 전후로 떨어졌다. 전남, 전북, 세종 등은 3% 이상 하락했다.

수도권도 내리막길을 걷는 건 마찬가지다. 올 들어 9월까지 1.6% 하락했다. 서울은 1.4%, 경기는 2% 가까이 내려갔다. 인천도 1% 정도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 9월까지 38개월간으로 기간을 확대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 아파트값은 1.3%, 지방 8개도는 무려 10.9%나 떨어졌다. 경남이나 울산처럼 16%나 폭락한 곳도 있다.

수도권도 서울을 제외하고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기도가 전체적으로 1.08% 올랐다고 하지만, 10% 이상 오른 과천, 성남, 광명, 구리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침체를 보인다. 평택(-13.99%), 안성(-13.42%), 안산(-9.77%), 오산(-8.71%), 여주(-7.73%), 이천(-6.45%) 등이 낙폭이 크고, 포천(-4.85%), 파주(-3.54%), 광주(-2.52%), 군포(-2.39%), 시흥(-2.24%), 동두천(-1.58%), 화성(-1.2%), 고양(-0.93%) 등도 줄줄이 하락세다. 인천도 전체적으론 0.7% 올랐지만, 중구(-6.4%), 동구(-1.2%), 연수구(-0.45%) 등 구도심은 모두 내려앉았다.

이 지점에서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 1960년대 이후 아파트값 상승과 함께 성장해온 중산층 신화다. 1970년대 강남개발, 80년대 목동 신시가지 및 상계 신시가지 개발, 90년대 1기 신도시 개발로 이어지는 대규모로 아파트 공급 시기, 아파트는 중산층의 ‘부의 사다리’였다. 아파트값 오름폭은 언제나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몇 번 이사해 생긴 차익으로 아이들 학비를 댔다. 어떻게든 수도권 괜찮은 지역 아파트를 팔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5억원 정도 자산이 모아졌다. 운 좋게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 백만장자(10억원)가 됐다.

하지만 이런 신화는 더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아파트값이 2010년대 상반기 내내 하락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올랐다고 하지만,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만 해당하는 일이다. 최근 단지별로 전고점을 돌파했다는 곳은 모두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강북의 마포, 용산, 성동구 등 인기지역일 뿐이다. 3.3㎡당 1억원 돌파 가능성 어쩌구 하는 이야기도 강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과는 무관하다. 이젠 과거처럼 어딘가 아파트 한 채를 사놓으면 대부분 오르던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반면, 서울 인기지역 희소가치는 더 높아지고 아파트값은 폭등한다. 재건축은 막혀 있고, 유동성은 넘친다. 돈 있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강남을 찾는다. 10년 전만해도 중위소득계층도 대출 등을 활용하면 강남 아파트를 노릴 수 있었지만 이젠 ‘넘사벽’이 됐다. 강남 새 아파트는 부자들만이 접근 가능한 대상이 됐다. 서울 일부지역과 나머지 모든 지역과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아파트로 중산층이 형성되던 시대는 어느새 막을 내렸다. 이젠 3.3㎡당 1억원을 넘는 소수의 부자 아파트와 나머지 차별화되지 않는 무수한 그렇고 그런 아파트만 남았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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