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41명 숨진 대구…의료시스템 제대로 작동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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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10. 오후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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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검사 못 받고 선별진료소 떠돌아…마냥 기다리는 중증 확진자 304명

병원 찾아 다른 지역 가는 사례도…고령·지병 환자도 제때 치료 못 받아

병원으로 옮겨지는 고령의 확진자[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최수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망자가 잇따르는 대구에서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호흡기 증상으로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시민은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해 선별진료소를 떠돌고 있고, 중증으로 병원 치료가 시급하지만 집에서 마냥 입원만 기다려야 하는 확진자도 300명이 넘는다.

지난 주말부터 발열,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사회복무요원 김신(29)씨는 10일 오후 2시 10분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자동차 이동형(드라이브 스루, Drive-Thru)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입구에서 차를 돌려야 했다.

다른 선별진료소와 달리 보건소에 예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는 안내자 말에 수성구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예약이 꽉 차 오늘은 어렵다. 예약부터 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러나 그 시각 선별진료소 안은 검사를 받는 사람이 없어 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30분이 지나도 상황이 달라질 기미가 없자 김씨는 급한 마음에 이곳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동구 박주영축구장 자동차 이동형(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 가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어르신들이 있는 요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병원에서도 코로나19 검사를 빨리 받아야 한다며 의뢰서를 작성해줬다"며 "예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감염을 걱정하는 시민을 돌려보낸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동차 이동형 선별진료소[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선 진단 검사와 별개로 입원 치료가 급하지만 병실이 없어 집에서 애만 태우는 중증 확진자들도 여전히 상당수다.

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구와 다른 지역에 있는 20여개 병원에서 확보한 병상은 2천641개(9일 오후 5시 기준)다.

그러나 대구 전체 확진자 5천663명 가운데 2천198명은 입원하고 1천888명은 10개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자가 입원 대기 확진자는 1천422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04명은 중증도 검사에서 꼭 입원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

게다가 입원 대기 중인 확진자 가운데는 고령인 데다가 지병을 앓는 환자도 있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상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대구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잇따랐다.

게다가 최근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사망자 41명 가운데는 기저질환이 없는 50·60대 환자도 포함돼 있어 입원 대기 중증 환자에 대한 관리·치료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고령에다가 지병이 있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송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며 "중증 확진자가 지역 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서울 등 다른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는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치료를 꺼리는 경우도 있어 시민들의 건강 관리가 위협받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입원이 필요한 확진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상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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