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을 공연처럼… 방탄소년단에겐 특별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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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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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 펴낸 김상욱 공연 PD 인터뷰
김상욱 PD는 2013년 6월 12일 방탄소년단의 데뷔 쇼케이스를 맡으면서 방탄소년단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2014년 10월 첫 콘서트부터 2019년 10월까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연출했다. 최근 방탄소년단과 여정 등을 담은 책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를 펴낸 그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났다. 최현규 기자

김상욱(43) PD는 2010년 1월 31일 엠넷(Mnet)을 나온 후 이튿날인 2월 1일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사무실은 아침에 잠에서 깬 방이었고 함께할 사람도, 사업자 등록도 모두 ‘아직’이었지만 회사 이름을 만든 그 날 회사를 만든 거나 마찬가지였다. 콘서트 전문 연출팀을 표방한 회사의 이름은 ‘PLAN A’. 그는 최근 펴낸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달)에서 회사 이름을 정한 이유를 이렇게 썼다. “‘플랜 B로라도 어떻게든 넘어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대신 ‘최선의 그림인 플랜 A를 생각해내고 그것이 현장에서도 꼭 이뤄질 수 있게 하자’라는 의미에서 PLAN A로 지었다.”

일거리를 늘려가던 김 PD는 2012년 자신과 회사에 ‘최선의 그림’이 될 신인 그룹과 처음 만났다. 매니지먼트사 내부 행사에서 처음 본 이들은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멤버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채였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2일 만난 김 PD는 이들의 첫인상을 “그때는 각 잡힌 연습생이었다”고 돌이켰다. 2013년 6월 12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데뷔 쇼케이스를 맡았을 때만 해도 그는 알지 못했다. 그와 방탄소년단의 인연이 6년간 이어지고 250석 소극장에서 출발한 이들이 웸블리 스타디움 6만 석을 가득 채우는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오를지를.

김 PD는 당시 방탄소년단의 미래는 알 수 없었지만 이들에겐 특별함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정식 콘서트라도 리허설이 4시간을 넘기 힘들지만 방탄소년단은 데뷔 쇼케이스 리허설을 7시간 넘게 했다. 콘서트 리허설도 본 공연 못지않게 열심히 했다. 격렬한 안무의 댄스곡이 많아 체력 소모가 심하고 하루 걸러 공연을 이어가야 하는 스케줄에도 리허설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방탄소년단은 리허설을 열심히 해 신인 때부터 같은 실수를 반복한 적이 없어요. 어떤 팀은 첫 공연을 70점 맞고 이후 회차가 거듭될수록 80점 90점 98점 100점을 맞는데, 이들은 시작이 90점이었고 바로 98점 100점을 맞았던 거 같아요.”

PLAN A가 2014년 10월 방탄소년단 첫 콘서트를 만든 후 2019년 10월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을 할 때까지 김 PD는 공연장의 FOH(Front of House·여러 파트 감독들과 컨트롤러 등이 모인 곳)에 있었다. 2000석 규모의 악스홀(현 YES24 라이브 홀)에서 시작한 첫 콘서트 이후 잠실주경기장(5만 석)까지 무대는 계속 커졌다. 방탄소년단도 거듭 진화했다. 김 PD는 “핸드볼경기장에서 했던 ‘화양연화 ON STAGE’ 때부터 멤버들에게 여유가 생기고 무대에서 정말 잘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 전엔 약속한 걸 잘 해내는 느낌이었다면 그 후엔 한계를 스스로 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공은 다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심해졌다. 커지는 공연장에 적응하는 것도 숙제였다. “5만 석 공연장이라고 하면 육안으로 아티스트를 볼 수 있는 사람은 1만 명도 안 됩니다. 티켓을 산 나머지 4만명을 함께 만족시켜야 하는데, 와이어를 활용하거나 압도적 불꽃놀이, 대형 스크린처럼 다채로우면서도 디테일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어요.”

방탄소년단과 여정을 함께한 김 PD가 생각하는 K팝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뭘까. 그는 “거의 모든 K팝 아이돌이 팬을 너무 사랑한다고 팬들이 느낄 정도로 커뮤니케이션에 노력을 기울인다”며 “춤과 노래를 잘 뽑아내도록 트레이닝해서 나오는 것에 더해 SNS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대중음악 공연계는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비대면 공연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PLAN A도 ‘에이티즈’ 등의 비대면 공연에 다수 참여했다. 그럼에도 김 PD는 “둘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며 비대면 공연이 대면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 현재 일반 행사로 분류돼 있는 대중음악공연이 뮤지컬이나 연극에 비해 관객 입장에서 엄격한 제한을 받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게 아니라 차별대우는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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