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응급환자 어쩌라고, 병원도 '노쇼'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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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8.30. 오후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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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 ▶

식당이나 호텔에 예약을 잡아놓고,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걸 '노쇼'라고 부르죠.

이 '노쇼'족 때문에 골치를 앓는 건 병원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수술이나 검사를 잡아놓고 나 몰라라 하는 건데, 1분 1초를 다투는 다른 응급환자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 문제가 심각합니다.

조국현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 종합병원의 양전자단층촬영, PET/CT실입니다.

몸 안에 미세한 암 조직도 확인할 수 있어 암이 의심되는 환자들에겐 필수적인 검사로, 환자들의 예약이 항상 밀려 있는 곳입니다.

예정대로라면 검사가 한창 진행돼야 할 시간이지만 검사실은 이렇게 텅 비어 있습니다.

예약을 했던 환자가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검사 전 동위원소를 투입하는 등 준비할 것도 많은데다, 다른 환자를 대신 끼워 넣을 수도 없어 검사실은 두 시간 이상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황경란/순천향대서울병원 간호사]

"PET/CT에서 사용하는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2시간입니다. 두 시간 지나면 약이 다 소멸이 되기 때문에 (버려야 합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유방암 수술을 받기로 했던 여성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아 성형외과는 물론 마취과 등 다른 의료진도 손을 놓고 수술방을 비워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른바 '노쇼'로 알려진 예약부도는 병원 경영상의 피해도 피해지만 검사나 수술이 시급한 위급 환자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고승상/제일병원 외과 교수]

"날짜가 차서 못 들어간 환자들, 그 다음으로 예약이 잡혔던 환자분들은 더 할 수 있는데도 검사나 수술을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거죠."

실제 예약부도 환자 6백 명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10명 중 8명이었습니다.

한 대학병원은 지난해부터 휴대폰 메신저를 통한 알림서비스를 시작하면서 13%였던 예약 부도율이 8%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예약 시간을 사전에 반복적으로 알려주는데다 환자가 취소를 원할 경우 변경도 편리하도록 한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연락을 자주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병원들의 고민입니다.

[이우용/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내가 안 가면 다른 분이 못 받는다' 생각을 하시고, 최소 하루 전에만 알려주시면 시스템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예약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개인 병원의 예약부도율은 18%, 식당 '노쇼'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약자 5명 중 1명 정도가 쉽게 약속을 어기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국현입니다.

조국현기자 (joj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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