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경험” 국내에도 속속 상륙
제주도선 바다 쓰레기 수거 축제
SNS엔 매일 뭘 버렸는지 찍어 올려
업사이클링 다룬 감성 잡지 창간도
“환경운동 아닌 일종의 생활 방식”
플로깅이란 ‘줍다’란 뜻의 픽업(Pick up)과 조깅(Jogging)이 합쳐진 말로,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작업을 뜻한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됐는데, 줍는 자세가 마치 하체 근력 운동인 ‘스쿼트’와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색다른 피트니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칼로리 소비가 일반 조깅보다 많다고 알려지면서 이제는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1 run 1 waste’ 등의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날 참가자였던 대학생 양정혜씨는 “그저 함께 뛰면 된다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했다”면서 “보통 조깅보다 더 운동도 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쓰레기 문제는 최근 뜨거운 사회적 이슈다.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에 이어 향고래·녹색거북이 등 해양 동물들이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그런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과거와 양상이 달라졌다.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환경단체에서 흔히 하는 서명 운동이나 특강, 책자·영상 제작을 벗어나, 쓰레기 절감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콘텐트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광고 문구 그대로다.
부산 플로깅을 처음 제안한 박시훈씨 역시 행사 취지로 ‘재미’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처음엔 보여주기 좋은 환경 퍼포먼스 같은 걸 기획했지만 ‘나도 재미없는 걸 누가 하겠나’ 싶어 바꿨다”며 “2014년 등장했다 최근 다시 진행되고 있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루게릭환자돕기 운동)’처럼 의미와 재미가 같이 가는 캠페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쓰레기 관찰기를 올린 새벽도 “버리는 양을 줄여나가는 효과뿐 아니라 쓰레기를 주제로 댓글로 소통하는 재미가 새로웠다”고 털어놨다.
또 콘텐트 공유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공익활동 역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가 아니라 ‘오른손도, 남의 양손도 모두 알게 해야’한다는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는 중요한 소통의 플랫폼이다. 해시태그를 달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동참하는 행태 역시 이 세대의 특징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쓰레기 문제를 대하는 관점이다. 이들은 단지 환경 운동이 아닌, 일상을 관통하는 생활 방식으로 인식한다. 최근 2~3년 새 ‘킨포크’(친구·가족과 자연 속에서 행복을 즐기는 생활), ‘휘게’(가족과 집안에서 여유로움을 느끼는 삶), ‘라곰’(느긋하면서도 균형 잡힌 생활), ‘미니멀라이프’(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는 생활)까지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삶’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하나의 트렌드로 나타나면서 ‘웨이스트리스(Wasteless)’ 역시 그 맥락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트렌드코리아2018』의 공동저자인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는 “밀레니얼 세대는 거대한 담론보다 액션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페이크퍼를 입고 텀블러를 쓰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고 분석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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