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정말 멸종하나요?···그 진실을 파헤쳐보니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식품야사-16] 바나나가 곧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혹시 인터넷에서 보신 적이 있나요. 파나마병(TR4)이라는 바나나에게 치명적 질병이 있는데 우리가 많이 먹는 캐번디시(Cavendish)종 바나나가 이 파나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파나마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어서 미래에는 바나나 자체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입니다. 심지어 과거에 사람들이 많이 먹던 그로미셸(Gros Michel)종 바나나도 이 질병으로 이미 멸종되었고 캐번디시도 똑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나나 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과일이 있을까요?


이번 식품야사는 이 기사가 진짜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편의를 위해 이 글에서 말하는 바나나는 캐번디시종만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바나나 멸종에 대해 처음 공공연하게 얘기한 사람은 아마도 '바나나: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이마고)'이라는 책을 쓴 댄 쾨펠이라는 기자인 것 같습니다. 그는 2005년 파퓰러사이언스(Popular Science)라는 과학잡지에 'Can this fruit be saved?'라는 글을 쓰게 되는데요. 이 글에 나오는 내용이 지금 나오는 바나나의 멸종에 대한 기사 내용과 같습니다.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먹는 바나나가 영양생식이라는 방식을 통해 재배되기 때문입니다. 영양생식의 대표적인 것이 씨감자인데요. 인간에 비유하자면 남자와 여자의 유전자를 반씩 물려받아 아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유성생식) 인간의 몸의 일부를 잘라내면 거기서 다시 인간이 만들어지는 식이죠. 우리가 생물시간에 배운 것처럼 이렇게 영양생식을 통해 번식하는 생물은 유전자가 동일합니다. 바나나 나무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도 원래 바나나와 유전적으로는 동일하다는 의미입니다.

바나나는 씨가 없습니다. 정확하게는 씨가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과실이 자라게 됩니다. 이를 생물학에서는 단위결실(parthenocarpy)이라고 합니다. 파인애플도 대표적으로 씨가 없는 식물인데요. 진화의 과정에서 언제부턴가 이 식물들은 씨가 없는 단위결실을 하게 됐고 씨가 아닌 영양생식을 통해 번식하게 되었습니다.

씨있는 바나나는 이런 모습이라고 합니다. /출처=유튜브 Gardening & More


쌀, 밀, 옥수수 같은 다른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바나나는 인간의 선택을 받은 과일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지금으로부터 7000년 전 바나나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과일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씨가 있던 야생 바나나에서 우연하게 씨가 없는 바나나가 생겼고 인간은 식량으로 쓰기 위해 이 바나나를 인위적으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바나나를 같이 가져가 그곳에 옮겨 심으면서 바나나는 곧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바나나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신대륙에도 퍼졌습니다.

19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바나나도 대량 생산·유통·판매되는 산업화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대량 생산하는 다른 농작물과 달리 씨가 없이 영양생식으로 자란다는 점은 바나나의 장점이면서 치명적인 단점이었습니다. 단일종이기 때문에 관리가 쉬웠지만 반대로 병충해에 취약했습니다. 파나마병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만약 바나나가 씨가 있는 과일이었다면 품종 개량을 통해 파나마병에 강한 품종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씨가 없는 바나나는 품종을 개량하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1만개의 바나나 중 종자가 있는 것은 1개뿐인데 이 씨를 교배해 실제로 생육할 수 있는 바나나를 만들 확률은 훨씬 작다고 합니다. 온두라스농업연구재단(FHIA)이 50년 동안 만들어낸 생육 가능한 바나나 변종은 20~25종에 불과한데 이 중 지금 우리가 먹는 캐번디시와 비슷한 것은 딱 한 가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결국 바나나가 멸종위기에 몰린 것은 그 생물학적인 특성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완전한 과일인 바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과일입니다. 관련 산업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2015년 전 세계에서 생산한 바나나 양은 1억1790만t으로 전 세계 과일 중 가장 많다고 합니다. 인도, 중국, 브라질 등 바나나 생산이 많은 국가들은 대부분 바나나를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일부만 수출합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에콰도르, 과테말라,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등 중남미 국가입니다. 반면 한국에서 소비하는 바나나의 대부분은 필리핀산입니다. 지난해 기준 80%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바나나 양은 43만1848t으로 금액으로는 약 1조5000억원에 해당해 우리나라 수입과일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바나나는 마트나 슈퍼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일 중 하나입니다.

바나나는 상업화하기 좋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바나나는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맛이 달라지거나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둘째, 바나나는 껍질만 벗겨서 먹으면 되기 때문에 판매가 용이합니다. 셋째, 바나나는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 배로 해상 운송하는 과정에서 후숙시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수출에 용이합니다. 넷째, 단일종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바나나는 비싼 과일의 대명사였지만 바나나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싼 과일이었습니다.

1990년 바나나 수입이 본격화되기 전 우리 국민들은 `바나나맛`만 즐길 수 있었습니다.


19세기 한 미국 회사가 중남미를 바나나 생산 거점으로 삼고 현지인들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거대한 과일회사를 키웠습니다. 현재는 치키타(Chiquita)라는 이름으로 바뀐 미국 회사 '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UFC)'입니다. 바나나에 브랜드를 만들어 붙이는 것도 이 회사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는 미국을 등에 업고 중남미의 독재권력을 지원하고 중남미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착취했습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과테말라 대통령을 쿠데타를 사주해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나온 학살사건은 1929년 실제로 일어났던 콜롬비아 바나나 대학살 사건을 토대로 했다고 하는데요. 이 사건의 배경에도 UFC가 있습니다.

치키타가 1870년 중남미 바나나를 토대로 성장한 기업이라면 돌(Dole)은 1851년 하와이산 파인애플을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반면 델몬트(Del Monte)는 1886년 캘리포니아에서 과일 유통 및 과일 통조림에서 출발한 회사입니다. 세 회사 모두 한 가지 과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바나나·파인애플·오렌지 등 다양한 종류의 과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치키타, 돌, 델몬트는 글로벌 과일 시장의 3대 메이저라고 불립니다. 아마도 독자 여러분도 한번쯤은 이 회사들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델몬트는 1926년에 필리핀에 진출해 그곳에서 파인애플 농장을 운영합니다. 1960년부터는 민다나오섬에서 수출용 바나나 농장을 시작하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필리핀은 아시아의 바나나 공장이 됩니다. 현재 아시아에서 팔리는 수출용 바나나의 98%가 필리핀산이며 이 중 3분의 2가 한국, 일본, 중국에 팔리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6월 방한기간 중 이마트를 들러서 "바나나를 많이 사달라"고 얘기했습니다. 그의 고향이자 정치적 근거지인 다바오는 대표적인 필리핀의 바나나 산지입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 바나나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것은 과거의 미국 3대 메이저 회사가 아닙니다. 다름 아닌 일본 기업들입니다. 식민지를 경영해본 경험이 있어서일까요. 일본상사들은 일찌감치 과일 시장에 진출해 특히 아시아 시장을 꽉 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바나나 수입의 29%를 돌, 23%를 스미후루(스미토모 후루츠), 21%를 델몬트가 해서 상위 3사가 과점에 가까운 7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스미후루는 스미토모 상사의 과일사업부이며, 또 다른 일본 상사인 이토추는 2012년 돌의 아시아 사업부를 인수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돌코리아도 일본 회사입니다. 스미후루는 2016년 유럽 최대 바나나 회사인 파이프스를 인수해 명실상부 세계적인 바나나 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바나나 시장 3위인 델몬트도 중동계 자본이 소유하고 있고 국내에는 거의 팔리지 않지만 미국 회사인 치키타도 모회사가 브라질 기업입니다. 서방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토대로 한때 전 세계 과일산업을 좌지우지했던 서방 과일 메이저들이 모두 몰락하고 일본, 중동, 브라질 등 후발 국가들에 자리를 내준 것은 흥미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바나나는 어떻게 바나나 농장에서 우리나라까지 오게 되는 걸까요? 1960년대 이전에는 바나나 메이저들이 농장을 직접 보유하고 직접 소유한 배로 이를 날랐습니다. 그러나 바나나 메이저들의 악행으로 인해 노동 문제가 커지면서 이제 전체 유통량의 일부만 직접 생산하고 많은 부분은 현지인이 주인인 농장에서 직접 바나나를 사고 있습니다. 아직 익지 않은 상태의 바나나는 영상 13도 정도로 유지할 수 있는 냉장시설이 있는 배에 실려 한국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한국에 도착한 바나나는 농약 세척을 마친 후 일종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후숙시설에서 숙성을 마쳐야 유통망에 공급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간유통업자들이 있어 이들을 통해 각종 마트와 슈퍼로 바나나가 판매됩니다.

바나나가 농장에서 수확될 때 1개 가격은 약 4센트(약 40원)에 불과하지만 마트에 도착할 때는 1개에 400원 정도에 팔립니다. 편의점이나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는 1개에 1000원 정도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바나나가 얼마나 저가에 대량생산되는 과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돌'이나 '델몬트' 같은 브랜드의 의미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모든 캐번디시 바나나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산지역도 필리핀이든 중남미든 동일하게 '돌'이나 '델몬트' '스미후루' 같은 브랜드가 붙어서 팔립니다. 돌이나 델몬트가 100% 직접 생산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바나나 회사들이 하는 것은 구매, 유통, 후숙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식품야사 8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브랜드에도 가치는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각종 마케팅과 광고에 비용을 쓰고 국내 1차 독점 유통업자들을 관리한다는 것이 글로벌 바나나 브랜드가 가진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톱 뮤지션 각트(Gackt)가 스미후루 바나나 광고모델입니다. /출처=스미후루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큰손인 신세계그룹(이마트)은 아예 직접 바나나를 직수입하고 있습니다. 자회사인 신세계푸드를 통해 에콰도르에서 바나나를 수입해오는 것입니다. '바나밸리'라는 브랜드명을 붙인 이 바나나는 한 봉에 2980원이라는 단일가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바나나는 1년 내내 생산되고 현지에서 수입될 때 이미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연중 가격이 변동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가격이 움직이는 것은 우리나라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3대 메이저의 편의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바나나는 정말로 멸종될까요? 일단 바나나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위기가 '과장됐다'고 말합니다. 바나나 질병이 바나나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바나나를 가까운 시일 내에 멸종시킬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파나마병은 중남미에는 상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5년 댄 쾨펠이 기사를 통해 바나나의 위기를 경고했지만 거의 15년이 지난 아직까지 바나나의 생산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로미셸이 사라진 것도 질병 때문이 아니라 캐번디시가 수출에 더 유리해서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최종적인 식품만을 접하는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것 중 하나가 '종자'의 존재입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은 고기든 야채든 과일이든 생물에서 온 것입니다. 바다 생물을 제외하면 모두 인간이 인위적으로 대량생산하는 종입니다. 인류가 직접 작물을 기르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이후부터 인류는 종자를 관리해왔습니다. 생산성이 좋은 우수한 종자는 살리고 나쁜 종자는 없애는 식으로 말입니다. 특히, 농축산업의 기업화가 이뤄지면서 생산성이 좋은 종자를 키우고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농부가 자신이 키워낸 농산물에서 좋은 종자를 선별해냈다면 지금은 기업들이 연구소에서 이런 작업을 해 농부에게 보급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키운 작물의 씨로 새로운 작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종자를 구매해 농사를 짓고, 수확을 마치면 또 우수한 종자를 구매하는 식으로 지금의 농업이 이뤄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농산물뿐 아니라 닭, 돼지, 젖소 등 축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입된 원종계가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데는 514일이 걸립니다.


닭을 예로 들자면 우리가 먹는 닭의 부모는 종계(PS)라고 하며 그 부모인 할아버지 닭을 원종계(GPS)라고 합니다. 이 원종계의 부모인 고조할아버지 닭은 순종계(PL)라고 하는데 이 순종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2개 회사에서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우리나라 육계회사들은 이 2개 회사에서 순종계의 아이인 원종계 병아리를 수입합니다(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원종계끼리 교배를 시켜 종계를 만들어냅니다. 다시 이 종계끼리 교배를 시키면 태어나는 병아리가 우리가 먹는 치킨이 됩니다. 순계, 원종계, 종계는 우수한 실용계를 낳는 것이 목적이지 식용이 아닙니다. 반대로 실용계는 우수한 닭고기가 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교배하지 않고 생을 마칩니다. 이처럼 종자를 엄격히 관리하는 것은 부모세대의 유전적 특질을 그대로 유지하고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간이 키우는 수많은 식물과 동물 중에서 바나나만이 위기에 처한 것은 생물학적 특성상 바나나는 과거의 유전자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이 새로운 지역으로 옮길 때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작물과 가축도 새로운 질병에 노출됩니다. 인간은 품종 개량을 통해 병충해에 강한 작물과 가축을 만들어내는 데 반해, 바나나는 품종 개량이 불가능합니다. 바나나를 '종자'로서 키울 수 없다는 것은 반대로 우리가 먹는 모든 식품이 '종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그러나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그로미셸이 캐번디시로 대체된 과정을 보면 기업들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는 예측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 '새로운 바나나'가 여전히 캐번디시처럼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일까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캐번디시 바나나만을 유일한 바나나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50개국에 1000여 개 종류의 바나나가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구우면 감자 같은 맛이 나는 플랜틴 바나나, 빨간색을 가진 레드 바나나 등 다양합니다. 문제는 이런 바나나들은 열대지방 외 지역에 사는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로미셸이 캐번디시로 대체될 수 있었던 것은 파나마병에 대한 저항 능력이 있었다는 것도 컸지만 그로미셸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손가락 굵기의 미니 바나나도 있습니다. /출처=신세계푸드


바나나 전문가들은 그런 바나나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유전자 변형을 통한 것인데요. 파나마병에 대한 저항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가져와 캐번디시 바나나에 결합시키는 것입니다. 바나나의 유전자지도는 이미 2012년에 완성됐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바나나를 아무도 먹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바나나가 바로 우리가 두려워하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이기 때문입니다. 바나나는 이종교배가 불가능해 자연계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거부하는 한 GMO 바나나는 만들어져 판매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다섯 가지 곡식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쌀, 콩, 팥, 기장, 수수입니다. 수수는 우리나라에서 조, 피, 기장 등과 함께 가장 오랜 기간 재배해온 곡물입니다. 잡곡밥의 재료로 우리에게 중요한 곡물이었던 수수는 이제는 1년에 한번도 먹지 않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소비가 줄었습니다. 1964년만 해도 1만6000여 ㏊였던 재배면적이 지금은 1500여 ㏊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벼 재배면적이 75만5000㏊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미미한 면적인데요. 수수의 입장에서 보자면 멸종을 당한 것만큼이나 생산량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본다면 바나나가 멸종된다는 말은 기본적으로 틀렸습니다. 선진국 국민이 대량 소비하는 캐번디시종 바나나가 상업적인 가치를 잃고 더 이상 재배되지 않게 된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바나나를 멸종시키는 것은 파나마병이 아니라 인간 소비자들의 선택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에 의해 번성한 바나나이기 때문에 인간에 의해 멸종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덕주 유통경제부 기자]

▶뉴스 이상의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아나운서가 직접 읽어주는 오늘의 주요 뉴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