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뇌병변 장애인도 마스크쓰고 외출하고 싶어요"…엄마 손으로 만든 마스크, 대량생산 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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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09.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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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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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뇌병변장애인맞춤형마스크. 서울시 제공

KF94…KF80…각종 덴탈마스크….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자신에게 맞는 마스크를 찾아 착용한다.

그런데 시중에 판매되는 어떤 마스크도 착용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바로 중증뇌병변장애인들이다.

비장애인보다는 작은 머리둘레, 각종 신체 경직과 관절구축으로 누워있거나 기구에 기대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중증뇌병변장애인들에게 기성 마스크는 아무 소용이 없다. 매번 침받이 수건을 갈아줘야 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장애인들의 피부 트러블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마스크를 쓰고 외출할 수 없는 중증뇌병변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결국 집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증뇌병변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모임 (사)한국 중증중복 뇌병변장애인 부모회(중애모)는 뇌병변장애 아이들이 착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자신들이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각종 디자인 회의, 실용성 검토 등을 거쳤다. 집에 재봉틀이 있는 조선영씨와 이송이씨가 팀회의를 통해 구상한 마스크를 손수 제작해 선보였다.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최종적으로 중증뇌병변장애인들에게 맞는 마스크가 완성되기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마스크는 고정 끈을 뒷 목에 버클로 연결하고, 밴드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마스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 머리 골격이 작은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밴드로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다.

또 침흘림이 심한 뇌병변장애인을 위해 마스크 하단부에 침받이용 주머니를 달았다. 주머니는 세탁이 가능한 향균면 소재로 만들어 여러번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뇌병변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 직접 만든 ‘엄마표 사랑마스크’는 뇌병변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대량생산이 필요할 정도로 요청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문제는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필요자금 확보였다.

이 같은 어려움을 알게 된 서울시가 나섰다. 서울시는 평소 뇌병변장애인 관련 연구를 해온 제약회사 한국에자이(주)의 후원을 받아 마스크 4000매를 제작해냈다.

서울시는 오는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과 한국에자이(주) 고홍병 대표, 이정욱 중애모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마스크를 전달하고, 착용방법을 시연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9일 밝혔다.

서울시는 한국에자이로부터 기부받은 4000매를 일반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외부활동을 못하고 있는 재가 중증 뇌병변장애인 4000명에게 15~16일 양일간 자치구를 통해 배부하기로 했다. 또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뇌병변장애인 맞춤형 마스크’ 기부 릴레이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정욱 중애모 대표는 “이 마스크는 우리 아이가 일반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내 자식을 위해 하나만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직접 손으로 재봉틀을 잡아 수공업으로 제작했는데 공장에서 대량생산하여 많은 뇌병변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과 기업의 후원으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전용 마스크를 전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사랑은 코로나19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도 서울시는 장애인을 위해 더욱 세심한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침받이용주머니. 서울시 제공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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