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 선출방식 반기 든 임직원들 “황창규 근시안적 경영이 아현 화재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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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03. 오전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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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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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통신 투자 줄이고 부동산 치중… 전문가로 이사회 구성해 CEO 견제를”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현장에서 KT 직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KT 전ㆍ현직 임직원들이 차기 회장 선출 방식과 경영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2018년 11월 발생한 서울 아현동 전화국 화재가 원인이 됐다. 이 사고가 효율에만 치중한 황창규 회장 의 경영방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단기 이익 창출을 위해 시설 투자를 줄이고 비용 감소 차원에서 인력을 축소하며 시설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아현 전화국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전문성 있고 경영능력이 우수한 최고경영자(CEO)를 뽑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KT 바로 세우기 제언’이라는 문서를 만든 배경이다.

KT 전ㆍ현직 임직원들은 2014년 황 회장이 취임한 이래 통신시설 투자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점을 문제로 들었다. KT가 공개한 실적자료에 따르면 KT의 통신시설 투자는 2010년 3조원, 2011년 3조3,000억원, 2012년 3조7,000억원, 2013년 3조3,000억원 등 3조원대를 유지했으나 2014년 2조5,000억원으로 급감한 뒤 계속 줄어 지난해 1조9,770억원에 그쳤다. 한영도 상명대 교수는 “황 회장 취임 뒤 KT의 통신시설 투자비가 취임 전보다 평균 27% 줄었다”며 “이는 매년 통신시설의 감가상각비인 평균 3조원 수준보다도 낮다”고 지적했다.

대신 이 기간에 KT는 본업 이외 투자가 급증했다. 전화국 통폐합 작업을 통해 일부 전화국을 호텔로 바꾸는 등 부동산 사업이 확대됐다. KT가 폐지한 139개 전화국 가운데 서울 동대문, 명동, 영등포, 반포, 신사, 신촌, 송파, 을지, 강동, 고덕 등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의 29개 전화국은 비즈니스 호텔이나 임대 사무실 등 다른 용도로 개발을 마쳤거나 개발 중이다. KT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를 통해 KT의 부동산 임대 수익이 2013년 1,600억원에서 2017년 2,084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사업을 추진하는 자회사 KT에스테이트의 매출도 2015년 3,200억원에서 2017년 5,550억원으로 덩달아 크게 증가했다. KT에스테이트는 2017년 기준으로 KT 자회사 가운데 BC카드 다음으로 매출 및 이익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KT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변화. 그래픽=송정근기자


KT 전ㆍ현직 임직원들은 이처럼 KT가 통신시설 투자를 줄이고 부동산 투자에 치중한 것은 CEO가 단기 이익 창출에 급급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교수는 “황 회장이 통신 전문가가 아니어서 국가기간 통신망의 핵심인 유선통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그에 따라 시설 투자에도 소홀했다”며 “통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CEO가 됐을 때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KT 바로 세우기 제언’ 문서에서는 CEO 외에 통신 사업의 전문성을 보완하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운영책임자(COO) 3인의 공동 대표 체제가 제안됐다. 또 이사회에서 충분히 CEO를 견제할 수 있도록 통신, 정보기술(IT), 회계 전문가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독립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이사회 사무국을 설치하는 등 이사회 운영도 바꿀 것을 권고했다. 한 교수는 “KT 이사회는 총 11명 가운데 8명이 사외이사여서 형식상 모범적이지만 과거 대통령 비서실이나 전직 장ㆍ차관 출신 4명, 언론인 1명, 학계 3명 등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CEO의 거수기 역할만 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신 전문가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사무국이 이사회 활동을 보조하는 기능을 갖추면 단기 이익보다 중장기적 비전과 사업 전략이 중시되는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제안이다.

이번 문서를 작성한 K-비즈니스 포럼에서는 KT 이사회에 문서를 전달한 뒤 이사들과 공식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한 교수는 “지난달 24일까지 미팅 일정을 잡아달라고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국가 통신시설을 책임지는 KT를 위해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이사회가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문서가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만남 요구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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