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가장 큰 벌 내려주세요” 진주 일가족 살해범에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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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7. 오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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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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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재산 정리하고 흉기 준비 등 계획적
잠자는 무방비 상태 가족 참혹하게 살해해 엄벌 불가피

일러스트=정다운


희끗한 머리에 황토색 수의를 입은 남성은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재판 과정에서 우발적 범행이라며 유가족들의 공분을 샀던 남성에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남성은 자고 있는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딸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정신적 고통을 준 일명 진주 일가족 살해범 강모(56) 씨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박무영)는 17일 살인 및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강씨는 지난 3월 12일 오전 6시쯤 경남 진주 상평동 한 주택 안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자신의 아내(51)와 중학생 아들(14)을 살해하고, 고등학생 딸(16)을 살해하려다 실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12일 50대 가장이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경남 진주시 상평동 한 주택. /뉴시스


강씨는 재판 내내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당시 아내와 다툰 후 격분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며 계획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강씨가 범행 전날 가족을 살해할 마음을 먹고 아내와 자녀가 거주하는 진주로 오면서 자신의 차량에 흉기를 준비해 온 점, 경찰에 음주·무면허 운전이 적발되면서 차량을 압수당하자, 흉기를 당시 입고 있던 상의 안주머니에 숨긴 점, 집 안 신발장에 흉기를 숨긴 뒤, 가족이 잠든 것을 확인 후 범행을 실행한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특히 강씨는 범행에 앞서 자신의 부동산과 예금을 전처 사이에서 낳은 자식에게 돌려 신변을 정리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검찰은 또 강씨가 범행 전날 장모에게 '가족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점도 강씨 계획범죄의 증거로 보고 사형을 구형했다.

유일하게 살아 남은 딸은 지난 공판에 직접 나와 제대로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강한 처벌을 하기를 바라냐’는 재판부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외 범행 시점, 범행 순서, 흉기로 찌른 부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우발적 범행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엄벌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잠이 들어 무방비 상태에 있던 가족들을 끔찍하게 살해했고, 이 사건으로 살아남은 딸은 식도가 손상돼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범행이 계획적이고 잔혹하다”며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피고인은 지속적으로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진정한 참회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이 주는 우리 사회의 파장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준호 기자 horang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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