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김익환 사장, 노조협상 후 돌연 사임한 이유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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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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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 서울메트로 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중교통운영기관 경영혁신과 요금조정계획 기자설명회에서 경영혁신안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대중교통 운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150원을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임기를 8개월 가량 남겨둔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운영) 김익환 사장이 노사협상 타결(10일) 후 불과 이틀만에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고, 서울시 산하 투자 출연기관의 임명권을 갖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저녁 김 사장의 사표를 최종 수리했다.

기아자동차 부회장을 지낸 김 사장은 오세훈 전 시장 시절인 2010년 8월 공모를 통해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만 3년인 2013년 8월까지다.

김 사장의 급작스런 사의 표명에 박원순 시장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같이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의 사임은 비밀스러우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김익환 사장이 그만뒀다는 소식을 사표 수리 이후에 전달받았다"며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대해 김 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한 관계자도 "14일 저녁 갑자기 사장의 사표가 수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고는 들었지만 갑작스런 사의표명에 우리로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익환 사장의 '돌연 사퇴'의 배경에는 서울메트로 운영과 관련해 서울시와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올해 초 서울시가 추진한 해고자 복직 문제로 서울시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1999~2004년 서울메트로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주도했던 해고자 16명을 전원 복직시켰다.

시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인 해고자 복직문제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복직을 반대한 김 사장은 서울시의 압력을 상당히 불편해 했다는 후문이다.

전문 경영인 출신인 김 사장이 서울메트로의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등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서울시와 잦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익환 사장은 지난 10일 서울메트로 노사 협상 과정을 겪으면서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서울모델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 속에 정년연장과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둘러싸고 정연주 노조위원장(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과 담판을 벌인 협상의 당사자였다.

노조측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61세에서 58세로 단축된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며 11일 새벽 4시부터 총파업을 예고했었다.

사측은 재정여건 등을 이유로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정연연장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으로 맞서다, 결국 '정년연장-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골자로 협상을 타결지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노조편을 들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시장은 노사가 한창 협상 중인 와중에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협상타결' 소식을 시민들에게 알림으로써 협상 책임자인 김익환 사장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

김익환 사장의 사퇴 시점이 연말 서울시 고위공무원 인사와 맞물려 있는 점도 주목된다.

서울시는 대선이 끝난 직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3급 이상 고위공무원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김익환 사장은 평소 가까운 지인들에게 "서울메트로 사장은 외부인사나 전문 경영인보다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 맡아서 하는 게 낫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 사장은 공모를 통해 채용한다. 서울시 공무원 중에 후임자가 임명된다면 도시교통본부장 출신이 가는 것이 관례다. 이에 따라 시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사장에 대한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김 사장이 노사협상 과정에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서울시가 노조편을 들 이유가 전혀 없다. 잘못된 사실"이라며 "김 사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은 김익환 사장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당분간 언론과의 접촉은 피하고 싶다"는 답변을 받았다.

pjy1@

박정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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