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옷 입고 서울 달리자?" 마라톤대회도 '불매'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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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30. 오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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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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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노 협찬 서울달리기대회 참가 취소 '비상'... 아식스 교체한 조선일보는 '모면'

[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

  
 일본 스포츠 브랜드인 미즈노에서 후원한 2019 서울달리기대회 기념품 티셔츠. 앞뒤에 미즈노 로고가 선명하게 들어가 있다
ⓒ 서울달리기대회

 
[기사수정: 30일 오후 5시 50분]

"미즈노 브랜드 티셔츠를 입고 서울 한복판을 뛸 순 없죠."
 
임범준씨를 비롯한 '뛰뛰빵빵(DDBB) 러닝크루' 회원 12명은 지난 29일 서울달리기대회 단체 신청을 취소했다.
 
임씨는 30일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신청할 때는 몰랐는데 일본제품 불매운동 브랜드인 미즈노 티셔츠가 대회 기념품으로 선정돼 신청을 취소하자고 회원들과 의견을 모았다"면서 "대회 주최사가 일제강점기 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 선생 시상식 사진에서 일장기를 삭제했던 동아일보여서 배신감이 더 컸다"고 밝혔다.
 
"미즈노 입고 서울 한복판 달리면 장관(?)이겠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불똥이 마라톤대회까지 튀었다. 당장 오는 10월 13일 서울광장에서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서울달리기대회가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 대회 기념품을 제공하는 미즈노를 비롯해 포카리스웨트(동아오츠카) 등 불매운동 대상 브랜드가 협찬사로 포함돼 있어서다.
 
현재 서울달리기대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미즈노 협찬사와 기념품 변경을 요청하는 참가자들 민원이 몇 주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초 대회 접수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주최사는 대회 참가권과 미즈노 러닝화를 묶은 스페셜 패키지를 함께 선보였는데, 한때 선착순 1000명 마감 임박 공지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7월 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A씨는 지난 12일 게시판에 "현 시국에서 서울시 중심 한복판에서 미즈노 로고가 표시된 기념티를 입고 많은 마라톤 동호인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달리면 정말 장관(?)이겠다"라고 꼬집고 "나는 앞으로 일본 스폰서가 붙은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달리기대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7월 중순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미즈노 후원사와 기념 티셔츠 변경을 요청하는 의견이 10여 건 올라왔다.
ⓒ 서울달리기대회

  
협찬사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난 20일 미즈노 로고가 들어간 대회 기념품 티셔츠 디자인이 공개되면서 더 커졌다.
 
B씨가 지난 24일 "미즈노 후원사 변경이 없으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연장으로 대회에 불참한다"고 밝힌 뒤 참가 취소 신청이 이어졌다. 개인 참가자들뿐 아니라 '뛰뛰빵빵 러닝크루' 같은 단체 참가자도 공개적으로 참가 취소했다. '마라토너'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사람은 29일 "마라톤을 좋아하긴 하지만, 창피해서 대회 신청 못 하겠다"라고 꼬집었다.
   
 한 마라토너는 지난 29일 서울달리기대회 게시판에 "미즈노 티셔츠를 입고 서울을 달리는 모습이 장관이겠다"며 꼬집었다.
ⓒ 서울달리기대회

   
동아일보-서울시 비상... "대책 마련해 공지할 예정"

대회 주최 쪽은 비상이 걸렸다. 동아일보 서울달리기대회 사무국 관계자는 30일 오전 "(미즈노 협찬 때문에) 대회 신청을 취소하는 참가자들이 많다"면서 "공동 주최사인 서울시와 대책을 협의해 결정되는 대로 홈페이지에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협찬사 변경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서울시도 다각도의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체육진흥과 담당 팀장은 "공동주최사로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동아일보 쪽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주요 마라톤대회에서 아식스, 미즈노 같은 일본 스포츠 브랜드 후원은 '흥행 보증수표' 가운데 하나였다. 후원사 역시 수천, 수만 명이 자사 브랜드 티셔츠를 입고 도심을 달리는 모습을 통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때 일본 브랜드 후원을 받았던 춘천마라톤을 비롯한 다른 대형 마라톤대회는 불매 운동 영향을 비켜갔다.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아식스' 후원을 받았던 조선일보는 지난 6월 불매운동과 무관하게 올해 춘천마라톤 후원사를 미국 스포츠 브랜드인 '브룩스'로 교체했다. 중앙서울마라톤대회 시절 미즈노 후원을 받기도 했던 'JTBC 서울마라톤'도 지난해 대회 이름을 바꾸면서 미국 브랜드인 뉴발란스 후원을 받았다. 오는 10월 2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동아일보사 주최 경주마라톤대회 기념 티셔츠도 뉴발란스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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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팩트체커 김시연입니다. 맞는 거 맞다 그른 거 그르다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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