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작품이 처음으로 태양의  밖으로 나아가다

보이저 1호, 태양권 계면 도달

지구과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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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1호. 인간이 만든,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존재.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물 중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중강연을 다니면서 청중에게 자주 물었던 질문이다. 사람들은 “바이킹? 파이어니어?” 또는 “보…, 뭐였는데…”하면서 대답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여주곤 했다.

답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977년 쏘아 올린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다.

1 태양계보다 4배 넓은 태양권

보이저 1호의 발사장면

보이저 1호는 NASA가 만든 무게 722kg의 무인 우주탐사선이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하기 위한 ‘보이저 계획’에 따라 1977년 9월 5일에 발사됐다.

1989년, 본래의 목적인 태양계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에도 지금까지 태양계를 넘어 태양권을 계속 항해하면서 태양풍과 성간 매질 입자를 관측하고 있다.

발사된 지 수십 년이나 된 보이저 1호가 최근 갑자기 화제가 된 이유는 태양권계면 근처에 도달했다는 2013년 9월의 NASA의 발표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태양권을 넘어 미지의 우주로 발을 딛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이 발표를 접한 사람들은 흔히 “태양계는 알겠는데, 도대체 태양권은 뭔가요?”라고 물어온다. 태양계는 흔히 알고 있는 대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8개의 행성과 태양, 왜소행성, 소행성 등으로 이뤄진 계다.

명왕성은 최근 ‘소행성 134340’으로 지위가 떨어져 태양계 행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태양권은 태양계 행성은 물론 태양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포함하는 영역이다.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바깥 쪽인 해왕성을 기준으로 보면, 태양권은 태양계 행성으로 이루어진 구역보다 약 4배 더 넓다.

태양권의 가장 바깥 지역이 태양권계면이다. 태양에서 나오는 태양풍 입자와 태양 자기력선이 관측되는 최전방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약 110~150배인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3년 9월 현재, 바로 그 곳에 보이저 1호가 있다.

2 태양권 경계에는 고속도로가 있다

태양권계면은 인류가 단 한 번도 발을 딛지 못한 미지의 공간인 만큼 지금껏 태양계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물리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곳에서 태양에서 날아온 태양풍 플라스마와 외계우주의 성간매질이 최초로 만나게 되는데, 이 때 충격파가 발생한다. 이 영역을 ‘말단충격 지역’이라고 부른다.

보이저 계획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에드 스톤 박사는 2005년 5월 미국지구물리연맹 회의에서 보이저 1호가 2004년 12월 말단충격 지역을 통과했다는 자기기록을 제시했다.

보이저 1호가 최근 보내온 결과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태양권계면 근처에 입자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자기 고속도로’가 있다는 사실이다.

짧은 간격으로 스파이크처럼 태양풍 입자가 없어지는 현상인데, 이는 태양 자기력선에 갇혀 있던 입자들이 일시적으로 항성간, 즉 우리 태양과 다른 별 사이의 자기장을 만나 빠져나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보이저 1호가 태양권을 벗어나는 순간 고장 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한다. 실제로 태양권 바깥으로 가면 수 GeV(기가전자볼트, 109eV)에 해당하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은하우주선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보이저 1호는 이런 고에너지 양성자 때문에 반도체 부품의 성능만 조금 나빠질뿐, 정상적인 항해와 교신은 가능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보이저 1호의 모습.

3 2014~2015년에 태양권 완전히 탈출할 듯

최근 유명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는 보이저 관련 연구를 특집으로 다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 스터매이셔스 크리미기스 박사팀은 보이저 1호 주변에서 태양풍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저가 점차 태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에드스톤 캘리포니아공대 교수와 레오나르드 불라가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박사 공동연구팀도 우주방사선 입자의검출량이 늘었다며, 태양권 탈출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태양권 탈출 여부를 판단하는 조건 중 하나인 ‘자기장 변화’가 관측되지 않아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가 태양권계면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NASA의 연구자들은 보이저 1호가 태양권계면을 완전히 벗어나는데 최소한 1~2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이 이렇게 보이저 1호의 태양권 탈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인류 최초로 태양권을 벗어나 미지의 우주와 만난다는 역사적인 의미 때문이다.

1972년 3월 3일 발사돼 1983년 6월 13일 해왕성 궤도를 통과한 파이어니어 10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최초의 우주선이긴 하지만 약 99AU(1AU = 약 1억5000만km, 지구 - 태양간 거리를 기준으로 만든 단위)까지 간 뒤 통신이 끊겨 이후의 소식은 알 수 없다.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에 실렸던 열전기 발전기. 가운데 열을 내는 금속이 플루토늄이다.

보이저는 최신 기술이던 ‘중력 보조’를 연속적으로 사용해 궤도 수정을 위한 최소한의 연료만으로 화성 바깥쪽의 모든 행성을 탐사하는 ‘행성간 대여행’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이저 1호는 2025년까지 지구와 교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 지나면 플루토늄 연료가 바닥난다. 보통 우주탐사선은 태양 전지판으로 전력을 만들지만, 보이저처럼 화성보다 더 멀리 나가면 태양열이 너무 약해 태양전지판이 쓸모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플루토늄이나 스트론튬같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할때 발생하는 열을 전력으로 바꾸는 ‘열전기 발전기(RTG)’를 사용해 전력을 얻는다.

보이저가 이렇게 멀리 갈 수 있었던 것도 탑재된 RTG가 당초 예상했던 수명을 훨씬 뛰어넘어 현재도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4 혜성의 고향 ‘오르트 구름’ 정말 있을까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갔던 우주인들은 지구 밖에서 지구를 보고 싶어 달에 갔다는 고백을 했다. 과연 바깥 우주에서 본 우리 태양계와 태양권을 넘어서 본 미지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태양권 바깥에 단지 암흑 같은 성간 물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성 사이의 플라스마 흐름인 ‘항성풍’이 존재한다. 항성풍은 태양풍과 부딪혀 ‘뱃머리충격파’를 만드는데,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비행기 앞에 생기는 충격파와 비슷하다.

오르트 구름에 대한 상상도. 가운데 파란점을 확대한 것이 태양계 행성과 카이퍼 벨트의 궤도를 보여준다. <출처 : NASA>

만약 보이저 1호가 뱃머리충격파를 지나 더 멀리 항해를 하게 된다면, 100년 가까이 가설로만 존재하던 ‘오르트 구름’의 존재를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에서 5만AU(약 1광년) 떨어진 곳에 놓여있을지 모른다는 공 모양의 혜성 집합체다. 1932년, 에스토니아 천문학자였던 오피크는 주기가 긴 장주기혜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먼 궤도를 도는 어떤 무리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950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오르트는 오피크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대략 2만AU의 원일점을 가진 대부분의 장주기혜성들이 태양계 바깥 어딘가에 공 모양으로 모여 있을 것이라는 오르트 구름 가설을 발표했다.

아직까지 오르트 구름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관측 결과는 없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오르트 구름이 태양계 중심으로 들어오는 모든 장주기혜성과 헬리혜성, 그리고 수많은 소행성의 근원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르트 구름까지를 태양권이라고 정의한다면, 보이저 1호가 태양권을 탈출하기까지는 아직도 수천 년 이상의 먼 여정이 남은 셈이다. 물론 그 때는 지구와 통신이 끊겨 보이저 1호가 오르트 구름을 발견해도 우리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오르트 구름은 정말 있을까. 태양권 너머에는 우리가 모르는 또 어떤것들이 있을까. 보이저 1호의 앞으로의 행방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보이저 탐사선에는 지구의 다양한 소리와 영상을 담은 지름 30cm의 황금 레코드가 실려 있다. 이 레코드에는 외계 생명체를 만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말 ‘안녕하세요’를 포함한 55개 언어의 인사말과 음악 27곡, 개 짖는 소리 같은 다양한 소리와 지구 사진 118장을 실었다. 이 레코드에 실릴 다양한 음악을 선별할 때 유명한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칼 세이건이 함께했다. 1972년과 1973년에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도 인류가 보내는 메시지를 그린 금속판이 탑재돼 있다.
  • 발행일201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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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아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1호의 우주물리탑재체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인공위성을 만들 계획이다. 지금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인공위성과 비행기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우주방사선을 포함한 우주날씨 예보를 하고 있다. 작년에 어린이들을 위한 우주날씨예보 책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출판했고, 올해에는 성인들을 위한 우주날씨에 관련한 책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중이다. jahwang@ka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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