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보1] <MBC 스페셜> '탄핵' 편 돌연 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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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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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PD는 ‘유배지’ 구로로 축출

오늘(13일) 밤 방송 예정이었던 <MBC 스페셜> ‘탄핵’ 다큐멘터리가 불방되었다. 지난달 28일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이 이 프로그램의 방송 편성을 갑자기 취소시켰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촬영이 시작돼 상당한 준비가 진행되었던 아이템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방송 기획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취재를 담당한 이정식 PD는 지난해 12월 담당 김진만 다큐멘터리 부장과 김학영 콘텐츠제작국장에게 아이템 제작을 보고했다. 담당 부장과 국장은 “김현종 본부장이 제작을 승인했다”며 제작 진행을 지시했다. 그런데 돌연 2월 28일 김현종 본부장이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제작 중단을 지시했다. 그러다가 곧바로 “보고받은 기억은 있지만 승인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는 방송사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의 MBC 상황에서 ‘탄핵’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준비가 본부장에게 보고도 없이 3개월 가까이 진행되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후임인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김현종 전임 본부장으로부터) 인수인계받은 것이 없으며, 본인도 이 아이템의 방송을 승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방송사라면 ‘탄핵’과 같은 전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상대사보다 한 발 앞선 편성을 고민하는 것이 경영진의 의무이다. 무엇이 두려워 시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 방송 제작을 막았는가? 방송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오늘 <MBC 스페셜>은 ‘탈북자의 귀농’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담당 이정식 PD는 지난주 인사발령에서 돌연 유배지인 구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조치되었다.
제작 승인을 거부하고 말을 바꾼 김현종은 2012년 파업 이후 시사제작국장으로서 <PD수첩> 작가 전원을 해고하고 PD들을 강제 인사발령낸 인물이다. 이후 2014년 조직 개편에서 시사교양국의 해체와 <불만제로> 등 프로그램 폐지를 주도했다. 그는 탄핵 아이템 불방 임무를 끝으로 최근 목포MBC 사장으로 영전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 절차에 따라 파면되었다. 방송제작자라면 이 역사적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시사 다큐뿐만 아니라 예능과 드라마의 소재로서도 이만큼 극적인 소재는 없다. 같은 공영방송인 KBS는 탄핵 다음날인 토요일 밤 10시 30분부터 <제 18대 대통령 박근혜 탄핵>이란 제목의 1시간 짜리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방송했다. 시청률은 5.8%(TNMS 기준)를 기록, 같은 시간대 예능(배틀트립)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관심을 이끌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토론 프로그램의 편성을 한 시간 더 늘려 탄핵 이후의 리더십을 다루었다. 역시 4.9%의 시청률을 기록, 일주일 전 같은 프로그램에 비해 1.3%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SBS와 비교해 보면 MBC의 선택은 더 극단적이다. 11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최순실씨의 재산형성 의혹을 깊이 있게 파헤쳐 1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을 압도했다. 연이어 12일, SBS 스페셜은 <사건번호 2016헌나1> 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탄핵의 배경과 의미를 짚었다.

결국 MBC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가운데 이 역사적 사건인 ‘탄핵’을 다룬 프로그램은 전혀 없다. 공영방송사로서 역사에 대한 기록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보고받은 적 없다’는 본부장의 한 마디로 3개월을 준비한 프로그램을 언제든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은 방송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MBC 방송강령과 편성규약 위반이다. 현 경영진은 이러한 위법 행위를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해왔다. 대한민국은 이 소수의 극우파 경영진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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