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벌개혁’ 재시동…법개정 막히자 하위법령 ‘우회’

입력
수정2019.09.05. 오후 7:05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당정청, 공정경제 행정입법 추진

공정거래법·상법·자본시장법 등
시행령·고시 개정 23개 과제
올해부터 순차 적용…시장 영향

‘거수기’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
지주사 내부거래땐 공시 의무화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 방안도


자료: 공정위(당정협의 결과)
정부·여당이 5일 공정경제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상법·금융관련법 등의 시행령·고시·지침 등 행정입법 개정안을 발표한 것은 국회에 가로막힌 개혁입법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승부수이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위원장 재임 시절 재벌개혁 등 공정경제 추진전략으로 엄정한 법 집행→재벌의 자율적인 변화 유도→부족한 부분에 대한 법제도 개편이라는 ‘3단계 개혁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벌개혁·갑질근절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 금융관련법 개정안 등 핵심 개혁입법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 처리가 막혀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로부터 “정권 초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경제 관련 행정입법 추진 방안은 공정거래법·상법·자본시장법 등과 관련된 23개 과제가 망라됐다.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고, 시행 시기도 연내 또는 내년 초로 못박혀 있어 파장이 클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고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전직 임직원 등의 사외이사 결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사외이사와 회사의 유착을 막기 위해 한 회사에 6년 이상(그룹 계열사 합산은 9년) 장기 재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12월까지 상법 시행령을 고치기로 했다. 또 이사·감사를 선임하기 위해 주총을 소집할 때는 후보자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등 법상 결격사유 해당 여부 등에 대한 정보를 주주에게 제공해 충실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상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상장사 주총을 통지할 땐 임원 보수총액 정보 등을 주주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재벌이 지주회사를 이용해 부당 지원과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열사와 50억원 이상 대규모 내부거래를 할 때는 이사회 의결과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12월까지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 외 수익 중에서 경영컨설팅 수수료, 부동산임대료도 공시하도록 했다. 공정위 신영호 국장은 “재벌 지주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55%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해 가맹점주가 허위사실 유포로 가맹본부의 명성과 신용을 훼손했다는 이유만으로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없도록 내년 1분기 중에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가맹점주에게 10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가맹본부가 예외적으로 즉시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사유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해 악용 사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의 후속 조처를 내놨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달 안에 경영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위촉직 위원 자격요건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기업의 자율적인 임금격차 완화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말부터 기업 규모와 산업별로 성·연령·학력·근속연수 등 근로자 특성에 따라 상세한 임금분포 현황을 공표하기로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정부의 의지만으로 추진 가능한 경제민주화 하위법령 개선을 주장해왔는데 이번에 일부가 반영된 것은 긍정평가한다”면서도 “정부가 4일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한 것은 재벌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