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조현철이 백상서 언급한 이들…박길래, 김용균, 세월호 아이들, 그리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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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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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배우 조현철이 6일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제58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배우 조현철이 백상예술대상에서 남긴 수상소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다.

조현철은 지난 6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에서 연기한 조석봉 역으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조금 용기를 드리고자 잠시 시간을 할애하겠다”며 이런 수상소감을 남겼다.

“아빠가 지금 보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빠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마당 창밖으로 빨간 꽃이 보이잖아. 그거 할머니야. 할머니가 거기 있으니까 아빠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죽음이라는 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냥 단순히 존재양식의 변화인 거잖아. 작년 한 해동안 내 첫 장편영화였던 <너와 나>라는 작품을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영화를 준비하는 6년이라는 시간동안 나에게 아주 중요했던 이름들,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군, 변희수 하사. 그리고 잠시만요, 기억이 안 나네요. 이경택군, 외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그리고 세월호의 아이들…나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 있다고 믿어. 그니까 아빠, 무서워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 아름답게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요 소란스러운 일들 잘 정리하고 저도 금방 가겠습니다. 평안하게 잘 자고 있으세요. 사랑합니다.”

수상소감 영상

조현철은 가족과 함께 사회적 죽음의 당사자들도 함께 호명했다. 그가 처음으로 언급한 고 박길래씨는 2000년에 사망한 환경운동가다. 그는 집 주변 연탄공장에서 날아온 분진으로 진폐증에 걸렸다. 탄광 밖에서 진폐증 환자가 발생한 사례가 많지 않았던 만큼 그는 환경운동가로서 긴 싸움을 이어간 끝에 1989년 대법원에서 ‘최초의 공해병 환자’로 인정받았다. 이때 그를 대리한 이는 <전태일 평전>을 쓰고 ‘부천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을 맡는 등 평생 공익변론에 힘쓴 고 조영래 변호사다. 수상소감을 계기로 그가 조현철의 큰아버지라는 사실이 다시금 알려졌다.

조현철씨는 이밖에 고 김용균씨, 고 변희수 하사, 고 이경택군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언급했다. 김용균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2018년 12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다. 변희수 하사는 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첫 직업 군인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경택군은 학교폭력 피해자로, 조현철의 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그의 수상소감을 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내가 본 가장 사적이고 가장 공적인, 가장 미시적이고 가장 거시적인,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가장 품위있는 수상 소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사회가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죽음을 같이 두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래 기억하고 오래 이야기하는 건 품이 많은 드는 일인데 삶 내내 마음을 다해 하시는 분 같고, 대단한 분 같다” “좋은 배우를 넘어 좋은 사람을 알게 됐다”, “정치가 못하고 있는 일을 지금 여기에서 문화예술인들이 해주어 먹먹하고 뭉클하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조영래 변호사를 비롯한 그의 남다른 가족사도 주목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 조중래 명지대 교통공학과 명예교수는 ‘공해연구회’를 만드는 등 한국 반공해·환경운동의 기틀을 다졌다. 그의 어머니 안일순 작가는 미군 기지촌에서 활동하고 이를 배경으로 한 소설 <뺏벌>을 발표하는 등 여성문화운동에 몸 담았다.

조현철이 이날 시상식에 입고 등장한 셔츠도 관심을 받았다. 조현철은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씨가 담배불을 붙이는 사진이 프린트 된 셔츠를 입고 전날 시상식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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