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K팝 팬 뿔났다…스포티파이-카카오M 갈등에 해외선 K팝 듣기 어려워

입력
수정2021.03.03. 오전 9:19
기사원문
장우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스포티파이, 1일부터 카카오M 음원 서비스 중단
카카오M과 음원 유통 두고 접점 못 찾은 탓
스포티파이로 K팝 전파하고 듣던 아티스트·팬들
"기업 욕심에 우리만 피해"…‘카카오M 아웃’ 글도

지난 2월 국내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플랫폼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 코리아

"한국 시장에서 한국 곡이 유통 안 되는 게 말이 되나요? 제발 스포티파이가 (카카오M과의 전쟁에서)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스포티파이 유저)
"멜론(국내 1위 음원사이트)은 다른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사이트와 경쟁할 만큼 용감하지 않은 겁쟁이일 뿐입니다." (해외 스포티파이 유저)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1일 자로 해외에서 카카오M이 보유하고 있는 음원 서비스를 모두 중단하면서 이 플랫폼을 통해 K팝을 알리고 듣던 아티스트,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불만의 화살은 스포티파이가 아닌 카카오M에 집중되고 있다.

3일 가온차트 집계에 따르면 카카오M은 지난해 기준 국내 음원 유통시장 37.5%를 장악한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다. 아이유, 지코, 마마무, 세븐틴, 에픽하이, 임영웅, 여자아이들 등 내로라하는 K팝 가수들의 음원이 일순간에 세계 최대 플랫폼에서 사라진 것이다. 카카오M은 SM·YG·JYP·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소속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속사를 산하에 두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K팝 열풍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스포티파이 측은 "카카오M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전 세계 팬, 170개국 3억4500만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난 1년 반이 넘는 기간 전방위로 노력해 왔으나 카카오M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2일 국내에 진출한 스포티파이가 음원을 끝내 내주지 않은 카카오M에 해외 서비스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두 회사는 공식적으로는 계속 음원 계약을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관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카카오M이 카카오가 운영 중인 국내 1위 음원서비스 ‘멜론’의 국내 스트리밍 시장 독주를 이어가기 위해 음원을 내주지 않는 식으로 스포티파이를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M 음원을 국내에서도 제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카카오M 측은 "국내 서비스가 별개로 협의 중이던 상황에서 스포티파이가 제시한 정책에 합의하지 못해 해외 서비스마저 중단된 것"이라면서 "조속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M이 멜론의 1위 사수를 위해 스포티파이와 협상을 미뤄온 것이 이번 글로벌 음원 서비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진 만큼 소속 아티스트와 K팝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배급사인 두 회사가 새 앨범을 전 세계적으로 발매할 수 없도록 했다"며 "누구의 잘못이든, 기업이 욕심을 낼 때 왜 피해는 아티스트와 팬이 받아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트위터에서는 스포티파이로 K팝을 접해왔다는 해외 팬들이 ‘카카오M 아웃(OUT)’을 해시태그로 적은 불만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트위터에 카카오M 아웃 해시태그로 올라온 글. 이번 사태로 아티스트와 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국내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카카오M이 음원을 무기로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국내 진출을 막고 합리적인 경쟁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케이팝을 위해 음원 유통산업의 독과점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카카오M이 연예인 매니지먼트, 음반제작뿐 아니라 SK텔레콤의 멜론을 인수해 음원 유통까지 하는 문어발식 사업으로 경쟁 해외업체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었다. 카카오M이 음원을 제공하는 멜론, 벅스, 플로가 동일한 조건에 1만900원의 요금제를 판매 중인 것도 이런 독점회사의 폐해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가 커지면서 이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기보다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카카오M은 스포티파이 국내 서비스에 음원을 내줘서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업계 1위 ‘멜론’의 지위를 이어나가는 게 이윤이 더 많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 woo@chosunbiz.com]




▶네이버에서 '명품 경제뉴스' 조선비즈를 구독하세요
▶스포티파이-카카오M 갈등에… 전 세계 K팝 팬 뿔났다
▶형제의 난·자회사 합병·상표권 소송… 바람잘 날 없는 한국타이어


저작권자 ⓒ 조선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IT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