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TS, 현대 사진 거장과 앨범·뮤비 표절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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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25. 오전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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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에버’ 앨범 화보집·영상 내 작품 구도 본떴다”

현대 사진 거장 베르나르 포콩 창작윤리 지적

”사과·배상” 지난해 두차례 내용증명 보내

BTS 쪽 “흔한 아이디어, 문제 없다” 회신

포콩 “영감 받은 것 인정을” 거듭 주장



BTS의 앨범 ‘윙즈’의 타이틀곡 <피땀 눈물>의 뮤직비디오 동영상 가운데 일부분. 사진거장 베르나르 포콩은 이 영상이 자신의 1978년작인 ‘여름방학’연작의 대표작 <향연>에서 영감을 받아 본뜬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르나르 포콩이 1978년 발표한 ‘여름방학’ 시리즈 가운데 <향연>. 미장센 포토, 메이킹 포토의 선구가 된 명작으로 꼽힌다.
대놓고 베낀 것일까? 아이디어 활용일까?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비티에스)이 저작권 침해 공방에 휘말렸다. 근래 내놓은 앨범·사진집과 뮤직비디오 영상을 두고 유명 사진가가 자신의 작품 내용을 베꼈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의혹을 꺼낸 이는 1970년대 연출사진의 선구자로 꼽히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사진거장 베르나르 포콩(69)이다. 그는 2016년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히트 앨범 <화양연화>(영 포에버)의 사진집 일부 장면과 앨범 <윙스>의 타이틀곡 <피땀 눈물>의 뮤직비디오 동영상 일부가, 자신이 1978년 촬영한 대표작 ‘여름방학’ 연작의 <향연> 등 일부 작품들의 배경과 연출 구도를 명백히 본떠서 만들었는데도 비티에스 쪽이 감춰왔다고 반발했다. 마네킹에 입힌 의상이나 연출된 배경의 이미지 등이 같거나 거의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앨범 타이틀 또한 1997~2003년 25개국에서 자신이 진행한 촬영 프로젝트 ‘내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날’(The Most Beautiful Day of My Youth)의 타이틀에서 영감 받은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BTS앨범 <영 포에버>에 들어간 사진화보집의 한 장면.


포콩의 ‘여름방학’ 연작중 일부.
포콩은 지난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이런 견해를 처음 공개했다. 답변서에서 그는 “비티에스를 좋아하고, 내 작품에서 영감 받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법적 조치까지 취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들이 예술적 영감을 받은 데 대해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언급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의 한국 에이전시(대리인) 쪽은 “포콩이 빅뱅과 협업한 동료 듀오 작가 ‘피에르와 질’로부터 지난해 초 제보를 받고 비티에스의 저작권 침해 의혹을 알게 됐다”며 “포콩을 대리해 지난해 8~9월 비티에스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앞으로 내용증명을 두차례 발송하고, 합의에 따른 사과 및 배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9월 말 반박 회신을 보내 앨범의 사진·영상들은 포콩의 작품들과 실제로 유사하지 않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에이전시 쪽은 전했다. “유사성을 지적한 부분도 촬영 때 흔히 쓰거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게 소속사 견해였다”는 것이다. 포콩은 지난해 10월에도 친필서명한 편지를 소속사에 보내 ‘영감을 받았다’ ‘오마주를 했다’는 등의 표기를 하는 쪽으로 검토해달라며 대화를 제안했으나, 그 뒤로는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BTS앨범 ‘영 포에버’에 실린 사진집의 한 장면. 젊은이들이 열을 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포콩의 사진과 닮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티에스 사진집에서 베껴 실은 도상의 원작이라고 포콩과 그의 에이전시 쪽이 지목한 ‘여름방학’ 연작중 일부 작품.
포콩은 이른바 ‘미장센 포토’로 불리는 연출사진의 새 경지를 열어젖힌 현대사진의 대가다. 소년 형상의 마네킹 인형들을 무대 같은 배경에 등장시켜 유년시절의 불안과 욕망을 드러내 보여준 ‘여름방학’ 연작(1978)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에이전시 쪽은 “포콩은 비티에스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예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며 “4월 중국 청두에서 개관하는 포콩미술관에 상영될 자신의 영화에 비티에스 영상을 패러디한 내용을 넣는 것도 생각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난 1~2월 국내 화랑에서 근작 영상과 ‘겨울방학’ 연작의 일부 작품들을 내건 개인전을 열었으며 오는 4월께 입국해 비티에스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거장 베르나르 포콩. 1970년대 작업중 찍은 작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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