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롤리타 콤플렉스의 유래,「롤리타」를 읽고

프로필

2017. 5. 23. 16:23

이웃추가


금지된 욕망의 대명사
롤리타


 롤리타 콤플렉스는 성인 남성이 2차 성징을 거치지 않은 10-13세의 어린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성향을 일컫는 말이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단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다양한 매체에서 이 단어를 언급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롤리타'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상황이 그렇게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시간이 된 아이유의 롤리타 사건을 생각해보면 어떤 뉘앙스인지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롤리타 콤플렉스'가 어디서 유래된 말인지는 알지 못한다. 간혹 소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책을 실제로 읽은 사람은 또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나 또한 후자에 속했는데, 이번 기회에 <롤리타>라는 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되는지 알아보고 싶어 책을 집었다. 끝까지 책을 읽는데 정말 어려웠다.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여러 번 있었고, 남자 주인공이 역겹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의 마음은 '그래도 읽기를 잘했다'이다. 그렇다면 이번 포스팅을 통해 롤리타 콤플렉스와 이 책을 무슨 상관이 있는지, <롤리타>의 주인공들은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롤리타>에 대한 나의 감상평을 얘기하며 글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롤리타>와 롤리타 콤플렉스의 연관성
<롤리타>의 영화화 버전, 좌 : 남자 주인공 험버트 우 : 돌로레스 로리타
'롤리타 콤플렉스'의 '롤리타'는 책에 있는 캐릭터 이름이다. <롤리타>에서는 두 주인공 중심으로 얘기가 진행되는데, 남자 주인공 험버트와 여자 주인공 롤리타가 바로 그중심이다 험버트는 40중반의 미중년이지만 13살인 롤리타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동안 이 롤리타를 자신의 연인으로 생각하며 그녀를 갈망한다. 이후 이 책이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되면서, 성인 남성이 사춘기를 겪지 않은 여성을 좋아하는 성향을 '롤리타 콤플렉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롤리타> 등장인물 소개
영화 <로리타>, 험버트 역의 제레미 아이언즈
험버트 험버트. 잘생긴 중년의 남성으로 자신도 자기가 잘난 줄을 안다. 그래서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서 여러 여자들을 이용한다. 롤리타의 엄마도 그 중 하나. 하지만 험버트는 사춘기를 거치지 않은, 험버트의 용어에 따르면, 님펫을 사랑해 성인 여성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책 초반에는 굉장히 신사다우면서 원칙주의자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롤리타에 대한 갈망이 커질수록 점점 욕구에 사로잡힌 볼썽사나운 노인으로 변해간다. 
영화 <로리타>, 로리타 역의 도미니크 스웨인
험버트의 그녀, 롤리타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 샤롯과 단둘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12세가 되었을 때 샤롯이 방을 세놓으면서 험버트와 같이 살기 시작한다. 샤롯이 살아있었을 때는 서로 매일 죽이지 못해 안달나는 사이였지만, 샤롯이 죽고 난 이후 롤리타는 때때로 그녀를 그리워한다. 되바라지고 문란해 보이는 면도 있지만 결국 그녀도 여린 감성의 소유자가 아니었나 싶다. 나이는 어리지만 굉장히 남자를 잘 다룬다. 험버트도 롤리타가 거의 쥐락펴락하다시피 한다. 
영화 <로리타>, 샤롯 헤이즈 역의 멜라니 그리피스
롤리타의 어머니 샤롯. 험버트를 사랑했지만 험버트의 성적 취향을 알고 나서 그를 저주한다. 험버트의 성적 취향을 알리기 위해 우체국으로 편지를 보내러 가는 도중 차에 치여 죽는다. 초반에는 이 인물이 딸은 내팽개치고 남자만 쫓아가는 여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험버트와 결혼하고 나서는, 여전히 롤리타에게는 차갑지만, 가정을 위해서 헌신하는 면모를 보여 의외였다. 어쩌면 샤롯이 험버트에게 있어 인생의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롤리타> 감상평

1. 비유, 묘사 표현들이 좋다.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왼쪽의 문구로 롤리타 책이 시작된다. 어찌 보면 흔해빠진 비유로도 보이지만 이 문구를 천천히 읽는 것만으로도 험버트가 얼마나 롤리타를 원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 문구 외에도 좋은 비유, 묘사 표현들이 많다.  '그녀에게선 님펫나라의 과수원 냄새가 물씬 난다.', '생명까지 토해낼 기세였다.' 등. 특히 '화살이 과녁을 넘어가서 악몽에 꽂히고 말았다. '라는 표현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다. 험버트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그것으로 인해서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게 되자 자신의 처지를 위와 같이 표현했다. 롤리타에 대한 묘사와 그녀를 바라보는 험버트의 감정묘사가 거의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적으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그 묘사의 정도가 지나쳐지고 험버트 자신의 추악한 행위도 아름답게 포장하려고 한다는 점이 조금 메스꺼웠다. 한두 페이지 정도가 아니라 2부 절반 정도는 그렇게 느껴졌다.




2. 한 남자의 일대기 전체를 다룬 완성도 높은 책이다.
 이 책은 험버트라는 인물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그가 어렸을 적 겪은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의 기억에서부터 감옥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고 있다. 책 분량이 500페이지나 되는 것도 이 때문.  보통 다른 책들 같은 경우에는 남녀 주인공의 만남을 중심으로 앞뒤 내용 정도만 다루고 끝난다. 하지만 이 책은 험버트라는 인물의 인생 전체를 다루고 있어서 마치 우리가 그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일장일단이 있다. 방금 언급한 것처럼 누구보다 주인공 가까이에서 사건을 지켜보기 때문에 한 장면 한 장면이 생생하다. 하지만 후반부 갈수록 지루해진다. 적당히 롤리타가 험버트를 벗어나고 잠적하는 정도에서 얘기를 끝내도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데, 책은 롤리타가 가정을 차리고 그리고 그녀를 험버트에게 벗어나게 도운 남자를 험버트가 찾아 죽이는 장면까지 담아낸다. 책을 다 보고 난 지금 시점에서는 제대로 마무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시원하기도 하지만 읽을 때는 힘들었다. 안 그래도 험버트가 늙으면서 보이는 욕망으로 얼룩진 행동들을 참고 읽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내용은 왜 이렇게 많이 남았는지. <롤리타>를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 읽기 전에 각오하고 읽기를 바란다. 이 책, 쉽지 않다.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3.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작품 특징들이 여럿 보인다.
 나는 <롤리타>를 읽기 전에 <절망>을 읽었다. <절망>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작품인데, 이 작품 역시 비유와 묘사가 뛰어나다. 다음은 <절망>의 마지막 장면이다. '다시 커튼을 걷었다. 서서 바라들 본다. 그들은 수백, 수천, 수백만. 그러나 완전한 침묵. 들리는 건 숨소리뿐. 창을 열고 짤막한 연설을 해볼까'

 그리고 중간중간 독자에게 말을 거는 듯한 서술 방식도 비슷했다. <롤리타>의 경우에는 험버트가 독자에게 자신의 행위를 정당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서술 방식이 쓰였다. 예를 들어 '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나의 수려하고 우수 띈 외모를 마음속에 또렷이 새겨둬야 된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바로 그렇다.  <절망>의 경우 '독자여 당신이 알 바가 아니다', '얼굴은 들여다보지 말자구요'라며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것과 같은 이런 표현들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서술 방식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보다 생생하게 장면을 떠올리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험버트라는 인물에 관해

 초반부, 나는 험버트라는 인물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릴 적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정신병을 앓게 되어 어린 소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행동들을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우연히 만나게 된 롤리타를 그는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그저 어린 소녀면 누구든지 사랑하는 남성이었다. 책의 중반부, 험버트는 어느 스페인 귀족의 창백한 딸을 만난다. 그녀에게 너무나 끌렸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는 아쉬워하며 자리를 뜬다. 이런 상황이 책 속에서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말로는 롤리타가 최고라고 하지만 결국 그는 어린 소녀라면 누구든지 사랑하는, 그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동물에 불과했다. 
 
 한편 험버트라는 인물은 본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마다 주저한다. 그리고 자신이 롤리타에게 저지르는 온갖 추악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말로는 화려하게 치장할 수 있을지언정 그의 행위의 진정성까지 꾸며낼 수는 없다. 그는 그의 묘사만큼이나 아름다운 인물이 아니다. '나는 범죄라는 것을 의식하면서...'라는 문구처럼 그는 자기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다. 알고 있다면 행동하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욕구 충족 외에 다른 것을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험버트는 인간의 7대 죄악을 의인화한 인물이었다. 어린 소녀에 대한 색정으로 롤리타에 대한 탐욕을 주체하지 못했으며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분노로까지 이어져 살인을 저지르고만 험버트. 이는 롤리타에 대한 질투로 눈이 멀어 과욕을 부리고 결과이다. 그는 분명 자신의 인생을 되돌릴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외모에 근거해 교만했고, 나태를 부렸다. 그리고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어쩌면 작가는 인간이 이렇게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았을 때,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롤리타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3.04.

상세보기



추천 ㅣ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작품

광자
광자 문학·책

안녕하세요, 책과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저는 블로거 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