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혼란 막기 위한 자동송출 시스템 이용한 것
[부산CBS 김혜경 기자]
특히,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는 노조가 파업에 이르기까지 부산시가 주체적으로 나서 해결해도 모자랄 판에 파업을 사회재난 수준으로 비하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9일 밤 9시쯤, 아이들을 재우려고 준비하던 김모(39)씨는 부산시가 보낸 긴급재난문자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다음날 폭우예보가 된 상태여서 산사태나 침수피해가 벌써 발생한게 아닌가 우려한 김씨는 문자를 확인하고는 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도시철도 파업으로 지하철이 출퇴근 시간 외에 지연 운행되니 역사에 확인하라는 문자였는데, 파업을 왜 경보음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로 전송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긴급재난문자 메시지는 앞선 지진이나 폭우, 산사태 우려 등과 같은 자연재해 때만 오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문자 수신음을 들으면 놀라는데, 이번에는 지하철 파업을 긴급재난문자로 전송돼 당황했다"며 "'긴급 재난'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했으면 놀라지 않았을 텐데, 왜 이렇게 보냈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부산지하철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에 대해 시가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지하철노조가 시민의 안전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규인력 채용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지만 시는 이를 외면한 채 되레 파업이 곧 위험 상황인 양 재난문자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부산시당도 '부산시에 묻고 싶다. 파업이 재난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노동조합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라며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산불이나 핵발전소 사고 등과 비슷한 '재난'으로 취급해 같은 창구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노조의 파업권을 '재난'으로 보는 시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도 부산시가 긴급재난문자로 지하철 파업 관련 내용을 전송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노동 3권을 부정하는 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행정안전부는 재난문자 발송기준은 주민대피가 필요한 산사태, 산불,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부산시는 러시아 선박의 광안대교 충돌 사고로 인한 교통 통제 때도 안내문자를 발송하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입장문을 통해 "시가 시민들에게 문자를 보낼 때 자동송출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데, 애초 재난 등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긴급, 안전]등 명칭이 문자메시지 서두에 자동으로 생성된다"며 "부산시는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해결방법은 대화와 협상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가 최근 3차 조직개편을 통해 민생노동정책관을 새로 만들 정도로 노동문제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번 처사는 적절치 못하고, 시민들에게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는 경보음이 없는 별도의 시스템을 도입해 미리 혼란을 줄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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