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아파트 살 돈 빌리고 “안 오른다”며 1000만원 안 갚아

입력
수정2019.12.14. 오후 12:58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검찰 공소장 보니…수년간 여러 업체와 ‘스폰서’ 관계

책 강매하고, 아내 항공권·골프채 등 받아 챙기기도

장인·장모 명의 계좌로 뒷돈받고 아들 용돈까지 받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수년간 꾸준히 스폰서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오피스텔 임차료와 아내 몫 항공료는 물론, 현금과 수표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해외 파견 근무 전 아파트 매매대금을 무이자로 빌린 뒤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는다"며 1000만원의 채무를 면제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3일 유 전 부시장을 수뢰후부정처사, 뇌물수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유 전 부시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2010년부터 2017년 2월까지 자산운용사 등 업체 4곳에서 459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결과 유 전 부시장은 2015년 9월 한 자산운용사 대주주 A씨에게 '서울 강남에 쉴 수 있는 오피스텔을 얻어달라'고 요구해 그해 9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오피스텔을 공짜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오피스텔 월세와 관리비 등 1300여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얻은 것으로 판단했다.

오피스텔 뿐만이 아니었다. 두 차례에 걸쳐 아내 몫의 항공대금을 대신 A씨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해 442만여원을 제공받았다. 2016년 8월에는 '아내에게 줄 골프채'를 사달라고 해 80만원 상당의 골프채 2개를 받아 챙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보다 앞선 2015년 2월에는 자신이 쓴 책 100권을 사달라고 요구해 책값 198만원을 장모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동생의 일자리도 만들어냈다. 유 전 부시장은 A씨에게 '친동생이 직장을 바꾸고 싶어한다'며 이력서를 전달했다. A씨는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을 채용했다.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은 2017년 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억7600여만원(세후 1억5400여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유 전 부시장은 2010년부터 3년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에서 파견 근무했다. 해외 파견근무 직전에도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유 전 부시장은 2010년 초 한 금융업체 대표 B씨에게 "해외 파견 근무를 나가기 전에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하나 사두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니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달라"고 했다. B씨는 그해 4월 유 전 부시장의 장인 명의 계좌로 2억5000만원을 송금했다.

유 전 부시장은 그해 8월 2억원을 상환했다. 나머지 5000만원의 상환은 미루다가 1년여 뒤인 2011년 8월 3000만원을 갚았다. 같은해 10월 1000만원을 추가로 상환하며 B씨에게 "사놓은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아 손해를 볼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B씨는 "1000만원은 지금 당장 주지 말고 나중에 이야기 하자"는 취지로 답했다. 두 달 뒤 유 전 부시장은 B씨를 다시 만나 아파트값이 상승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B씨는 "내가 추천해준 아파트가 오르지 않아 손해볼 상황이라면 나머지 1000만원은 갚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B씨로부터 1000만원의 채무를 면제받고, 나머지 돈은 무이자로 빌리는 등 1700여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해외 근무 도중에는 "미국에서 아는 사람들과 어울릴 일이 있다"며 B씨에게 돈을 요구해 200만원을 수수했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대접받은 뒤 아들들 용돈까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추석선물 비용 114만여원을 대납하도록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체 두 곳에게는 아들의 인턴 기회를 청탁하거나, 골프빌리지를 무상으로 빌려달라고 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부시장의 비리 혐의 가운데 상당 부분은 2017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거나, 추가로 확인 가능한 것들"이라고 했다.

[오경묵 기자 note@chosunbiz.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네이버 메인에서 조선일보 받아보기]
[조선닷컴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