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음식 나왔습니다…‘키친봇’의 일상 침투

입력
수정2019.10.06. 오후 9:23
기사원문
구교형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ㆍ속초 유명 식당 ‘서빙봇’ 등장 “로봇 4대가 사람 2명 몫 처리”
ㆍ삼성은 조리 돕는 로봇 개발
ㆍ‘서비스 로봇’ 시장 커지지만 사람만큼 완벽하기엔 아직…

지난 3일 강원 속초시에 있는 해산물 식당 봉포머구리집의 한 직원이 ‘서빙 로봇’에 실린 음식을 바로 옆 테이블로 옮기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11시10분 강원 속초시에 있는 해산물 식당 봉포머구리집 2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식판에 음식을 올린 ‘서빙 로봇’들이 테이블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였다. 주문을 마치고 5분 후에 전복물회와 성게비빔밥을 실은 로봇 1대가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주변에서는 음식을 주문한 사람들이 식당 구석구석을 오가는 로봇들을 향해 스마트폰 카메라의 촬영 버튼을 누르기 바빴다. 반년 전 방문 때만 해도 직원들이 직접 주방에서 카트를 밀고 음식을 날랐는데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1년 365일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봉포머구리집은 최근 식당 2층에 서빙 로봇 4대를 구비했다. 국내 인공지능(AI) 솔루션 업체인 VD컴퍼니가 중국에서 수입한 ‘푸두봇(PuduBot)’을 도입한 것이다. 대당 가격이 1890만원인 이 로봇은 화면에 좌석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한번에 최대 4개의 테이블에 음식을 운반할 수 있다. 봉포머구리집은 일주일가량 사용 후 업무 보조 효과가 뛰어나다고 판단해 식당 1층에도 서빙 로봇 2대를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다. 식당의 한 직원은 “로봇 4대가 사람 2명 몫은 한다”면서 “알바생도 일부 줄였다”고 말했다.

로봇이 식당에서 음식 서빙부터 조리까지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는 ‘키친 로봇’ 시대가 열리고 있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AI의 발달과 로봇 기술이 정교화되면서 스마트홈과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푸드테크로 로봇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중이다. 올 초 LG전자도 서빙 로봇 ‘서브봇’을 공개하고 조만간 CJ푸드빌과의 협력을 거쳐 이 로봇을 식당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달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IFA 2019’ 삼성전자 부스에서 요리사들이 조리 업무를 보조하는 ‘삼성봇 셰프’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IFA 2019’에서 주방에서 요리사 업무를 돕는 ‘삼성봇 셰프’를 선보였다. 지난달 6일 현장 시연회에서 요리사가 “두부를 썰어 달라”고 하자 이 로봇은 칼을 집어 들고 두부를 썰기 시작했다. 이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로봇팔을 이용해 두부가 잘 구워지도록 조리도구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요리사의 음성 명령에 따라 2개의 로봇팔에 다양한 도구를 바꿔 장착하고 양념을 넣거나 재료를 혼합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서비스 로봇의 시장 규모가 2018년 112억달러(약 13조4064억원)에서 2023년 297억달러(약 35조5509억원)로 2.6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스타트업 에킴은 3개의 로봇팔을 이용해 30초마다 피자를 찍어내는 로봇을 제작했다. 이번 IFA에서 중국 전자업체 TCL이 공개한 로봇은 냉장고에서 차가운 캔맥주를 꺼내 뚜껑을 열고 거품이 있는 맥주를 종이컵에 넘치지 않게 따랐다.

그러나 로봇의 성능이 사람의 노동력을 90~100% 대체하는 완숙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봉포머구리집에서는 음식 배달을 마친 서빙 로봇이 주방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방문 당일 비가 내려 바닥에 우산이 많이 놓여져 있었는데, 바퀴 부근에 있는 우산을 피하지 못해 제자리를 맴돈 것이었다. 한 아이가 지나가는 서빙 로봇을 보고 “귀여워요”라고 말하자 한 직원이 “쟤 말 잘 안 들어”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삼성봇 셰프의 경우에도 프라이팬에 올려진 음식을 조리도구로 뒤집는 등의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동작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로봇 혼자 A부터 Z까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어렵다”면서 “사람과의 협동을 통해 작업의 능률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네이버 메인에서 경향신문 받아보기
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TALK

유익하고 소중한 제보를 기다려요!

제보
구독자 0
응원수 0

유튜브 경향티비 <구교형의 정치 비상구>를 진행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IT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