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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경영 잇는 ‘또’우진…주연 뺨치는 조연

충무로 섭외 1순위 배우 조우진

내부자들로 눈도장 찍은 ‘다작왕’

연기 20년 차에 드라마·영화 종횡무진

선악 오가며 작품마다 맞춤 연기

19일엔 영화 ‘마약왕’ 내년엔 ‘전투’로

“관객에게 다양한 메뉴 드린다 생각

작품 고민할 시간에 캐릭터에 집중

주어진 것 열심히 하려고요, 겸허하게”



배우 조우진. 영화사 집 제공 한국 영화판에는 수년 전부터 이런 말이 회자됐다. ‘한국영화는 두 종류로 나뉜다. 이경영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 ‘한국영화에는 이경영 쿼터제가 있다’…. ‘다작 배우’ 이경영의 활약상을 칭송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제 다작 1등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이경영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배우 조우진(39)이 있기 때문이다.

개봉 6일만에 170만 관객을(4일 기준)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한 <국가부도의 날>에서 경제위기를 이용해 기득권의 판을 바꾸려는 욕망에 불타는 재경부 차관 역할로 돌아온 조우진을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선배·동료들과 안부 주고받을 때 ‘요새 무슨 작품 하니?’라고 묻잖아요? 저한테는 너 요새 몇 개 하니?’라고 물어요. 어떤 분은 ‘경영이 형 이제 이겼니?’라고 하고요. 하하하.” 조우진은 ‘다작요정’이라는 별명에 대해 우스갯소리로 답했다. “저를 아는 분보다 모르는 분이 훨씬 많기 때문에 다양한 메뉴판을 작성해서 보여 드린다는 생각? 밥을 고를 때도 메뉴가 다양해야 고르는 재미가 있잖아요?” 인터뷰 내내 겸손한 답변을 이어갔지만, 사실 이제 ‘조연’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충무로의 ‘섭외 1순위’가 됐다.

배우 조우진. 영화사 집 제공 조우진에 대한 대중의 첫 기억은 <내부자들>(2015)에서 “여 썰고, 저 썰고, 복사뼈 우에를 썰어야 안 되겠나?”라는 무시무시한 대사를 귀찮은 듯 날리며 안상구(이병헌)의 오른팔을 심상하게 잘라버리는 ‘조상무’지만, 알고 보면 그는 연기경력 20년 차다.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해 드라마 <무사 백동수>, <닥터진>, <돈의 화신>, <기황후> 등에 얼굴을 비쳤고, 영화 <껍데기>, <마마>, <최종병기 활> 등에도 출연했다.

“영화와 텔레비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어요. 뒤늦게 99학번 연기 전공으로 시험을 쳤는데, 똑 떨어졌죠. 하하하. 떨어진 학교(서울예대)에 다시 도전해 합격했어요. 역설적이게도 떨어졌을 때, 내가 정말 연기를 갈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 속상하더라고요.”

연극판에서 시작했지만, 누구나 그렇듯 배가 고파서 영화로 눈을 돌리게 됐단다. “(연극이) 정말 행복하고 즐겁긴 한데, 배가 고프니 추진력이 안 생기더라고요. 기름이 있어야 차도 가는 거지. 하하하. 어차피 도전해야 할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해 영화에 뛰어들게 됐죠. 하지만, 아직도 제 자양분이 된 연극을 사랑해요. ”

<내부자들> 이후 본격적인 다작 행렬이 시작됐다. 2015~2018년까지 무려 19편.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을 비롯해 영화 <더 킹>, <브이아이피>, <남한산성>, <강철비>, <1987>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맞춤’인 듯 연기해냈다. “음…. 2010년께 사주·관상 공부하신 분이 이름을 바꾸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개명했는데, 우진철물, 우진빌딩 등 너무 흔한 이름인 거죠. 결과적으로는 그분 말이 맞았네요. 하하하.”’

배우 조우진. 영화사 집 제공 보통 다작 조연들이 비슷한 이미지로 소모되는 것에 견줘 조우진은 악인과 선인을 오가며 작품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같은 악역이라도 작품마다 섬세하게 ‘다름’을 연기한다. 영화 <남한산성>에서는 조선과 청 사이를 오가는 역관의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강철비>에서는 표정 변화조차 없이 사람을 죽이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 군인의 잔인함을,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판을 바꾸려면 나라도 팔 수 있다는 듯 이죽대는 재경부 차관의 자기확신을 그려냈다.

순하고 말간 얼굴만큼 착한 역할도 물 흐르듯 소화해낸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따박따박 할 말 다하는 잔소리꾼이지만 올바른 길을 안내하는 김비서로 등장했고, 영화 <1987>에서는 조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달라 울부짖는 박종철(여진구)의 삼촌으로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캐릭터마다 다른 빛깔을 척척 입혀내는 비결이 있을까? “작품과 인물을 놓고 차별화를 고민한 적은 없어요. 그 시간에 그 캐릭터에 집중하죠.” 하지만 그 뒤에는 ‘포기를 모르는 최선’이 자리한다. <강철비> 양우석 감독은 “임무에 실패하고 자살을 택하는 장면에서 회한 비슷한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서른번 넘는 촬영을 밀어붙여 놀랐다”고 전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조우진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다. 79년생인 그는 아이엠에프(IMF)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원래 97학번인데, 학비가 없어 등록을 못 했어요.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벌었죠. 노래방·비디오방·게임방 등 방투어도 좀 했고(웃음), 주유소·주점 알바도 했고요. 감정의 질풍노도에 아이엠에프까지 겪으니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컸어요. 이런 이유로 원래 나이보다 늦게(00학번) 대학에 입학했죠.”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지만 그는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시대의 공기가 좋았다”고 했다. “세대에 따라 감정이입 하는 캐릭터도, 공분하는 정도도 다를 거예요. 하지만 상처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줘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참 어른스러운 영화 같아요.”

그의 다작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듯싶다. 19일 개봉하는 <마약왕>에 이어 독립군의 ‘봉오동 전투’를 다룬 <전투>가 내년 개봉 예정이다. “좋은 작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지금이 복 받은 시기죠. 앞으로도 주어지는 대로 받아 안아 열심히 하려고요. 겸허하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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