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무혐의 받은 박진성 시인 "출판사 갑질에 내쫓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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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10. 오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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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측 "먼저 절판 요구한 것은 박 시인…갑질 주장 동의하지 않아"
박진성 시인과 그의 시집 '식물의 밤'

성폭력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진성 시인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시집 출고정지 처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박 시인의 시집 '식물의 밤'은 성폭력 의혹을 받던 2016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출고정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박 시인은 최근 자신 블로그를 통해 '문학과지성사의 갑질을 고발한다'며 해당 출판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그는 "세 번째 시집 '식물의 밤'은 25개월째 출고 정지 처분으로 사회적 감옥에 갇혀 있다"며 "무혐의를 받아도, 저를 고소했던 여성에 대한 무고죄가 인정돼도, 의혹을 보도했던 매체와 해당 기자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를 해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 박 시인 "무혐의 받은 성폭력 의혹…'그로기' 상태에서 동의한 출고정지 해제해야"

박 시인은 지난 2016년 10월 한 습작생의 허위 고발로 성폭력 의혹에 휩싸였다. 의혹은 일부 언론사들의 부풀리기식 보도로 큰 파장을 낳았고 이 과정에서 시집 '식물의 밤'은 출고정지 처분을 내리게 됐다.

'식물의 밤'의 출간을 맡았던 문학과지성사는 박 시인이 의혹을 받은 이틀 후인 21일 사고(社告)를 내고 출고정지 처분 사실을 알렸다.

문학과지성사는 사고에서 "지난 2014년 5월 그의 세 번째 시집 '식물의 밤'을 출간한 출판사로서 피해자 분들의 고통을 가슴 아파하며 참담한 마음으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 사건에 대한 사실을 조속히 조사하고 확인해 그 결과로써 조만간 사회적 정의와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입장을 정식으로 밝히고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10월 21일 문학과지성가가 박 시인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사고를 내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9월 검찰은 "당시 폭행 또한 협박이 없었다"는 피해자의 진술 등을 고려해 박 시인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시인에게 누명을 씌운 습작생은 무고죄 고소에 기소유예가 내려졌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 시인은 문학과지성사에 '식물의 밤'의 출고정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문학과지성사 측은 출고정지 처분이 박 시인과 합의로 이뤄진 만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 시인은 9일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문학과지성사 측은 '쌍방의 합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시 나는 어떠한 해명도 할 수 없는 '그로기' 상태였기 때문에 온당한 의미에서 합의로 볼 수 없다"며 "설령 합의에 의해 출고정지 처분이 내려졌다더라도 성폭력 의혹이 해소된 지금은 처분을 해제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2016년 10월 당시 문학과지성사와 저의 네 번째 시집 출간을 계약한 상태였는데 출판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며 "이 문제로 10여 차례 항의했으나 번번이 묵살당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식물의 밤' 출고 정지를 해제하고 네 번째 시집 계약을 이행해달라"고 말했다.

박 시인은 문학과지성사가 출판정지를 고수하는 것이 문단 권력을 이용한 갑질이며, 자신의 시인으로서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출판사 측은 '해당 폭로 등이 사실이냐'는 가장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사고를 냈다"며 "해당 사고로 인해 저는 출판계에서 완전히 내쫓김을 당했고 문학과지성사 측은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에 대해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게 갑질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많은 시인들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에 이름을 올리려고 눈치를 보고 편집진에게 온갖 아부를 하곤 한다"면서 "출판사 측은 이런 시인들의 저자세를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이것이 권력이 아니면 어떠한 것이 권력이겠나. 오랫동안 시인 위에 군림해왔던 출판사의 태도가 제 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학과지성사 "출고정지 유지할 뿐 다른 입장 無…출판사도 아픔 겪어"

문학과지성사 측은 박 시인의 절판 요구에 사측이 동의한 것이며 '갑질 주장' 또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학과지성사 관계자는 "박 시인이 먼저 '식물의 밤' 절판을 요청해왔다"며 "계약서 상에서도 시인과 사측 중 한 편이 계약을 계속 원하지 않으면 해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사측은 박 시인의 요구에 동의한 것이고 출고정지를 간단하게 결정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확인 결과 '식물의 밤'에 대해 먼저 절판 요구한 것을 박 시인이었다. 박 시인은 '식물의 밤'이 출고정지 처분으로 계속 묶여있자 새로운 출판사를 통해 시집을 내야겠다고 판단했고 문학과지성사에 계약해지 요청을 했다.

문학과지성사 측은 이를 받아들여 계약해지에 동의했지만, 박 시인이 '이대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불합리한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는 변호사의 조언을 들여 계약 해지를 보류한 상태다.

관계자는 "출판사로서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독자분들께 심려 끼친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현재로선 출고정지를 유지할 뿐 다른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갑질'이나 '문단 권력'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며 "문단 안에서 권력이라는 게 무엇인지, 실체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일반적으로 출판물이란 저자가 갑이고 출판사가 을인 게 보통이다. 이 일로 인해 출판사가 겪고 있는 아품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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