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국가기관이 20여차례 압수수색…누가 버티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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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08. 오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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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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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재계

전경련·경총·상의 "큰 충격"
"수송보국의 고인업적 기려야"
경영계 전반 사기저하 우려도
바흐 IOC 위원장 "매우 비통"


◆ 조양호 회장 별세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고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어 온 터라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더욱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단체들은 조 회장이 한국 물류산업과 항공산업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일제히 유감과 애도를 표했다.

전경련은 이날 발표한 논평을 통해 "한국 항공·물류산업의 선구자이시자 재계의 큰 어른으로서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조양호 회장께서 별세하신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경총도 조 회장 별세에 대한 입장문에서 "경영계는 큰 충격을 느끼며 삼가 고인에 대한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유가족과 그룹 임직원분들께 위로를 전하며, 고인의 국가사회를 향한 공헌을 새겨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는 최근 한진가(家)에 몰아닥친 악재와는 별개로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경영철학으로 설명되는 조 회장의 경영적 성과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조양호 회장은 지난 45년간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황무지에 불과하던 항공·물류산업을 일으켜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았다"며 "덕분에 우리나라는 우수한 항공·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역동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으며 세계 무역 규모 6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이어 "또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한불 최고경영자클럽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 교류를 증진하고 우호 관계를 강화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조양호 회장은 지난 20년간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을 이끌어 오면서 대한항공을 단단한 글로벌 항공사로 키웠고 항공산업과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으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국가적 행사에도 공로가 많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도 "지난 반세기 대한항공을 국내 최대 항공사로 이끈, 대한민국 항공·물류산업 발전의 산증인이었다"고 고인을 평가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주총과 사법당국의 수사 등에 따라 병세가 나빠졌고, 그렇게 재계 큰 어른이 허망하게 가셨다는 점에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에 따른 재계 전반의 기업가정신 실종과 사기 저하가 염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인 조 회장의 타계 소식을 접하게 돼 IOC로서는 매우 비통하다"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조 회장 생전에 오너 일가 갑질 문제를 고발했던 대한항공 노조(민주노총 대한항공연대지부)도 "조 회장의 부고에 조합원 일동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2014년 '땅공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를 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잘잘못을 떠나 11개 사정기관에서 20차례에 달하는 압수수색을 하며 밀어붙이는데 고령의 몸으로 버티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과 가족에 대한 여론몰이식 수사와 조사로 조 회장의 심신이 피폐해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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