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Prism] 저소득층 삶의 질 높이는 네슬레·힌두스탄 레버 사업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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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대 교수의 사회적 가치 이야기 ◆

사회적 가치 창출이 경제적 지속 가능성과 결합될 때 전략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가치사슬 중 특정 부분인 공급망 상류, 하류 또는 자체 사업 운영에 있어서 기업의 핵심 운영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포착해 해결하며 그로부터 경제적 성공, 즉 이익 창출과 성장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네슬레는 공급망 상류에 해당하는 공급업체, 즉 커피농가에 주목했다. 커피 농민들의 빈곤과 낮은 교육 수준이 그 자체로서 해결돼야 할 사회문제일 뿐 아니라 원재료의 품질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네슬레는 일방적 품질 향상을 요구하는 대신 그들의 교육 및 소득수준 향상, 삶의 질 개선을 통해 스스로 고품질 커피원두의 안정적 공급능력 배양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농민들의 품질 및 책임의식 개선,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생활이 안정되고 고품질의 원두를 공급함으로써 네슬레에도 큰 경제적 성공을 가져다줬다. 포터는 이 사례를 공유가치창출(CSV)이라 불렀으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다른 CSR 전략 성공 사례와 다를 바 없다.

BOP(Base of Pyramid·경제적 빈곤층)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인 힌두스탄 레버는 공급사슬 반대편 끝의 소비자시장에 주목했다. 그 회사가 2000년에 시작한 샥티 프로젝트의 목표는 인도 빈곤층의 열악한 건강, 영양, 교육, 여성지위와 인권, 그리고 전반적 생활수준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그 회사 제품인 비누, 샴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었다. 저소득층이 기본적 위생용품인 비누와 샴푸를 대용량 포장으로 살 능력이 없어 높은 질병과 사망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몇 센트에 살 수 있는 일회용 패킷 샴푸를 판매했다. 또한 열악한 유통망으로 인한 물류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잠재적 역할에 주목했다. 여성 기업가를 지정해 작은 자금으로 1인 유통기업을 설립하게 하고 지역 판매를 책임지도록 함으로써 넓게 분포된 소비자와 부족한 유통망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여성의 소득수준과 자존감 및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켰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에 고무돼 유니레버는 2020년까지 "개발 중인 BOP 시장이 총매출의 70%를 차지하도록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노력은 더욱 확대돼 우간다에서 유니세프와 협력해 브랜드 비누 판매를 통해 공공의 손 씻기 캠페인을 확산하고 있다. BOP 전략은 전략가 프라할라드가 개발도상국의 40억 빈곤층 인구의 사회적 요구 충족의 중요성과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강조하면서 정립한 개념으로 샥티 외에도 케냐에서 엠페사 송금서비스를 만든 보다폰과 같은 많은 성공 사례가 있다.

샥티와 네슬레 사례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으로는 첫째, 기업의 주변적 활동이 아니라 본원적 가치사슬의 중요한 한 가지 측면에 초점을 두고 혁신을 이뤘다. 둘째, CSR 전략의 성공조건 중 하나인 핵심 운영과 구체적 CSR 활동을 연계했다. 셋째, 사회적 가치 창출(저소득층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해 또는 그와 동시에 기업의 경제적 가치(매출과 이익)를 창출했다. 넷째, 전략적 CSR 또는 지속가능경영의 성공조건을 충족시켰다. 그 조건은 핵심 운영과 관련이 있을 것,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증가시킬 것,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핵심 이해관계자의 혜택을 증가시킬 것, 그리고 자원 관점과 산업 관점에 사회적 책임 관점을 통합할 것 등을 요구한다.

차이점은 두 사례가 모두 개도국 이해관계자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집중했다는 점이다. 네슬레가 공급망 상류인 공급업체, 즉 커피농가에 집중한 반면 유니레버는 공급망 하류인 판매시장에 집중했다. 전략적 CSR는 가치사슬 중 상류와 하류 또는 기업 자체의 운영 어디에서든 핵심 운영과 관련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노력한다.

이 같은 사례들이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불확실한 무형자산 가치, 즉 기업 이미지 향상과 같은 막연한 기대효과를 생각하는 소위 사회공헌활동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제 전략적 CSR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둘째, 브랜드 보험, 다시 말하면 미래 부정적 사건사고의 영향에 대한 위험관리 성격의 사회공헌활동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글로벌 시장을 주목하고 전략적 CSR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 기업이 만든 전략적 CSR 모델을 흉내 내는 단계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할 때이다. 존경할 만한 지속가능경영 철학을 가진 진정성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곧 한국의 '이본 쉬나드'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종대 인하대 경영대 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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