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코나 전기차, 브레이크 먹통에 시속 150km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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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18. 오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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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에 사는 이모(57)씨는 지난달 13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몰다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위험을 겪었다고 말했다. 집 근처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도중 갑자기 브레이크가 먹통이 되면서 차를 멈춰 세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페달을 잘못 밟았나 싶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수차례 번갈아 밟아보기도 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꽉 밟아봤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속도가 시속 150㎞까지 붙는 등 약 30초 간 공포의 주행을 거듭한 이씨는 결국 오른쪽 축대벽에 차를 들이받으며 멈춰 세웠다고 한다. 불과 6개월밖에 안 탄 신차는 수십m 구른 뒤 폐차 직전 상태가 됐고, 이씨는 오른쪽 늑골 5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2020년 10월 13일 오전 경남 밀양의 한 도로에서 축대벽을 들이받은 뒤 전복된 코나 전기차 모습. 운전자는 당시 브레이크 먹통 현상으로 어쩔 수 없이 벽을 들이받는 방식으로 멈춰세웠다고 말했다./독자제공

국내·외에서 14차례 발생한 화재로 최근 대규모 리콜(시정조치)된 코나 전기차에서 이번엔 전자식 브레이크 먹통 결함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사례가 연이어 신고되면서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 결함 조사기관인 한국자동차안전연구원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코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종에 대한 전자식 브레이크 관련 결함 신고가 늘자 지난 7월부터 결함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술분석조사’에 나섰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신고에 결함을 의심할 만한 특이점이나 경향성이 있다고 판단해 하는 조사”라며 “현대차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브레이크 먹통 현상을 경험한 코나 전기차 차주들은 대부분 같은 내용을 진술했다. 동탄에 사는 장진수(가명)씨는 지난 7월 코나 전기차 신차를 인수한 지 6일 만에 브레이크 먹통 현상을 경험한 뒤 바로 환불처리했다. 장씨는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져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압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쑥 들어갔다”며 “다행히 앞차가 출발해 큰 사고를 피했다”고 했다. 장씨는 이후 차를 현대차 수원사업소에 입고시켰고, 전자식 브레이크 모듈 고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북 경주에 사는 성재혁(가명·35)씨 역시 지난 5월 출고 받은 코나 전기차를 타다가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앞차와 충돌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것이다. 성씨는 “풀브레이크를 밟아도 전혀 반응이 없어 당황했다”며 “다행히 서행 중이었고 오르막길이라 자연감속으로 멈췄다”고 말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11일까지 접수된 코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브레이크 결함 신고 건수는 모두 19건에 달한다. 2018년 출시 당해에는 관련 신고가 없었지만 작년 4건에 이어 올해에만 15건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인 코나 일반모델의 브레이크 관련 결함신고는 ‘0건’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적용되는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에서 유독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코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탑재된 통합형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은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제품으로, 수소차 넥쏘와 기아의 전기차 쏘울 부스터에도 탑재되고 있다.

코나 전기차에 탑재된 현대모비스의 통합형 전자식 브레이크 모듈/현대모비스 유튜브 채널 캡처

전문가들은 전자식 브레이크 먹통 현상의 원인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거론한다. 우선 전자식 브레이크에만 있는 전동식 ‘유압 부스터’에 이상이 생겼거나 전기 신호 자체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과 교수는 “페달을 밟았을 때 쑥 꺼진다는 건 유압 실린더에 공기가 섞이면서 유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스펀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압 부스터에 문제가 생겼다면 브레이크가 먹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압 부스터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힘을 전기모터의 힘으로 증폭시키는 장치로, 부스터를 거쳐 커진 유압은 브레이크 패드로 전달돼 바퀴를 멈춰 세운다.

한편, 김필수 전기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전자제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 협회장은 “브레이크 완전히 먹통이라면 전기신호가 제대로 보내지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전자식 브레이크 특유의 안전성 문제로 보인다”며 “내연기관차에 쓰이는 기계식 브레이크의 경우 부품이 물리적으로 맞물려 있어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부족하더라도 제동력이 발휘된다”고 했다. 전선 단락이나 전자제어 소프트웨어 이상 등 브레이크 장치를 작동하게 하는 전기에너지 흐름이 어디선가 끊겼다는 것이다.

전복사고를 겪은 이씨는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장치 분석을 현대차에 맡겼으나 현대차 측으로부터 “액셀만 밟았지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기록은 없다”는 조사결과를 통보받았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페달 위에 붙은 브레이크 신호 스위치까지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제조에 책임이 있는 현대차는 현재 자동차안전연구원과 별도로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자체 조사 중”이라며 “원인이 파악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상현 기자 insu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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