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지의 건치 에세이] 코로나 19와 구강관련 인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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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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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확산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인포데믹’이 판을 치고 있다. 코로나 19에 대처하기도 바쁜데 인포데믹과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인포데믹이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정보감염 현상’을 뜻한다. 황당하고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정보들이다.

필자가 받아본 글들 중에는 ‘소금물 가글이 효과적이다’ ‘마늘, 카레, 생강을 섭취하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비롯해 안티푸라민을 코 밑과 입 주변에 바르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소금물을 입에 분사해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긴 모 교회의 사례 등처럼 이런 인포데믹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얼마 전 구강청결제나, 헥사메딘, 베타딘 등이 코로나 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이들의 판매가 급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 역시 예방은커녕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먼저, 구강청결제를 보자. 외출 후 가글은 구강 청결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코로나 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오히려 가글을 지나치게 자주, 장기간 사용하면 입안에 있던 유익한 세균이 줄어 ‘구강 칸디다증’과 같은 구강 질환에 걸릴 수 있다.

구강 칸디다증은 곰팡이의 하나인 칸디다가 구강 점막에 증식하면서 입안에 하얀 막이 생기는 질환으로 입 냄새가 심해지고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한다. 또한 구강청결제에 함유된, 알코올성분으로 인해 구강 건조증이 발생해 충치와 잇몸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구강청결제중에 입안이 화한 느낌이 많이 드는 제품들은 심할 때 화학적 화상을 유발한다. 실제로 과산화수소가 포함된 일부 구강청결제가 구강 내 통증이나, 점막 손상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었다.

특히 구강살균소독제중 일반의약품인 헥사메딘(성분명 클로로헥시딘)은 구강 염증의 완화를 위해, 치과에서 잇몸 수술, 임플란트 수술, 사랑니 발치 후 살균 소독할 때 등 치과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최근 헥사메딘이 코로나 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글도 있었다. 이로 인해 판매가 급증하자 헥사메딘의 제조사인 부광약품은 얼마 전 “헥사메딘은 의약품이므로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장기간 사용 시 10일을 넘지 않는 게 좋다고 표기하고 있다.

헥사메딘은 색소를 첨가하지 않아 무색이지만 성분의 특성상 장시간 사용 시 치아 및 구강 내에 착색이 될 수 있다. 물론 사용을 중단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치아 등은 원래 색으로 회복이 된다.

구강 내에 다양한 정상적인 세균들이 살면서 몸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데 헥사메딘을 오래 사용하면 정상 세균의 수도 줄어들 수 있다. 이외에도 미각의 변화라든지,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클로로헥시딘 성분은 오랫동안 사용된 성분”이라며 “하지만 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나 복약지도를 받아 용법 및 용량과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타딘은 어떨까. 이 역시 코로나 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글이 퍼지면서 베타딘 가글액이나 베타딘 인후스프레이 제품 판매가 급증했다. 그러나 ‘베타딘 가글액’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은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동일한 성분인 포비돈요오드를 함유한 ‘베타딘 인후스프레이’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관련 업체인 한국먼디파마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주성분인 포비돈 요오드는 이전에 시험관 내 시험을 통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및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입증했으나, 이번 코로나 19에 대한 효과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근거 없는 허위정보가 범람하면 신뢰성 있는 정보는 묻혀버린다. 코로나 19 대응을 어렵게 하고, 혼란을 가중한다. 전문가들은 손 씻기 등 위생 지키기, 사회적 거리 두기, 철저한 기침 예절 준수, 마스크 쓰기 등 기본적인 방역 지침 외에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막는 검증된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SNS에서 접한 정보를 바로 퍼 나르지 말고, 반대로 그런 정보에 조금 느리게 반응하고 허위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지영 원장(치의학박사·닥터이지치과)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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