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접종 사실상 의무화… 전문가도 "납득 불가"

입력
수정2021.12.08. 오전 10:01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소아 청소년 백신 강제화 근거 부족… 3차 접종 가속화가 더 효과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사실상 의무화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사실상 청소년 코로나 19 백신 접종 의무화가 예고된 가운데 보호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학부모 단체는 곳곳에서 소아 청소년의 코로나 백신 선택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고, 청와대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학생과 학부모의 소아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취소 요구 국민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부터 소아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정부의 소아 청소년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소아 청소년 확진자 급증… 어쩔 수 없다는 정부
지난 3일 정부는 소아 청소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이 성인보다 높아졌다며, 방역패스를 소아 청소년(12~18세)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역패스 적용 시설엔 학원, PC방, 영화관, 박물관·미술관·과학관, 도서관 등 소아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포함해, 성인보다 더욱 강력한 백신접종 유도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소아 청소년 보호를 위해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금 소아 청소년의 인구당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이 성인보다도 더 높아진 상황인데, 소아 청소년의 예방접종률은 낮아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전파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현재 방역수칙 준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예방접종을 완료한 이들 중심으로 환경을 조성해야 소아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방역패스를 소아 청소년으로 확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소아 청소년 코로나19 발생률은 성인을 앞질렀다. 지난 3일 기준 10만명당 코로나 환자 발생률은 성인(19세 이상) 76.9명이었으나,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은 99.7명이다. 또한 16~18세 소아 청소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접종군’이 코로나 19에 감염될 위험은 ‘기본접종완료군’에 비해 4.8배 높았고, 예방접종을 통한 감염예방 효과는 79.2%로 나타났다.

말 바꾼 정부, 전문가도 근거 모를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그러나 정부의 청소년 방역패스 확대 적용은 사실상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이라는 점에서 초기 정부의 방침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기도 하다. 지난 9월 말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코로나19 예방접종 4분기 시행계획을 통해 소아 청소년에게 코로나19 백신 ‘자율 접종’을 권고했다. 접종 편익 측면에서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는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고하지만, 건강한 소아 청소년에게는 권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당시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최은화 위원장(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교수)은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다수의 소아·청소년은 대부분은,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이거나 경증 감염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득의 크기가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직접 접종 여부에 따른 차별이나 강요가 없도록 적극적인 지도를 당부하기도 했으나, 3개월여 만에 말이 바뀐 것이다.

문제는 소아 청소년 접종 방침 전면 재편의 과학적 근거가 공개되지도 않았고, 전문가인 소아 청소년 전문의들의 의견 수렴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의료일선에서 보호자들과 만나고 소아 청소년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전문의들조차 어떠한 근거를 바탕으로 접종방침이 바뀌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가들조차 이 상황이 혼란스러워 보호자와 당사자인 소아 청소년에게 접종 필요성을 설명하기 어려운데 접종을 강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호자와 소아 청소년의 불안과 혼란은 더 할 것이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소아 청소년은 성인과 비교하면 접종을 하지 않았을 때 손해가 더 적다고 판단되고, 보호자가 아이의 접종·비접종 편익을 충분히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아 청소년의 접종을 강제화하는 지금 방침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형평성 안 맞는 청소년 방역패스
상황이 시급해 방역 당국이 전문가 자문을 충분히 구하지 않고 방역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역패스 적용 시설 선정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PC방이나 노래방 등 감염 고위험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데는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밀집도가 높고 식사 시간에 마스크를 벗고 활동하는 학교는 방역패스에서 제외하고, 종일 마스크를 쓰고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 학원이나 도서관 등은 방역패스로 지정하는 일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기저질환이 있는 아이는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만 건강한 아이는 다르다. 오히려 백신을 맞았다가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기에 백신접종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아 청소년 백신 접종 강제화는 소아 청소년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적 이익을 우선한 대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윤경 교수(소아감염학회 홍보이사)는 "고령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백신을 접종했을 때 개인이 질병을 예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개인의 이익과 감염자가 줄어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 모두가 크기 때문에 접종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소아 청소년은 사회적 이익은 클지 몰라도 개인적 이익을 측면에서 기저질환자가 아닌 소아 청소년의 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아 청소년의 접종 편익은 이견이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소아 청소년의 백신 접종 강요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지금 소아 청소년 감염률이 높아지는 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가정 등을 통한 지역감염이 늘어난 영향이기에 거리 두기를 다시 강화하고 고령자 등 고위험군 추가접종(부스터 샷, 3차 접종)속도를 높이는 게 과학적으로 볼 때 확진자 수를 줄이는데 더 효과적인 대책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