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생활 보호 환경' 비교 통해 '김정은 독재' 부각
첫 메시지는 "북한 동포 여러분, 새해 금연하세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 동포 여러분,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 싫은 비밀이라는 게 있죠? 하지만 독재국가에서는 그런 인간의 본능까지도 통제하는데요."
우리 군이 8일 정오를 기해 최전방 중부전선에서 가동한 대북 확성기 스피커가 북한군과 주민들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직후 중부전선에 설치된 확성기의 방송 내용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독재국가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지 않는다며 북한 체제에 일침을 가한 여성 아나운서는 바로 한국의 개인 정보 보호 제도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1995년 1월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예로 들며 한국이 얼마나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나라인지 설명한 것이다.
북한을 대놓고 비판하지는 않지만 남북한의 대조를 통해 북한을 개인의 사생활을 무시하는 독재국가로 묘사하며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정치적인 주제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중부전선의 대북 확성기 스피커가 이날 정오에 북녘을 향해 내보낸 첫 메시지는 '금연'이었다.
아나운서는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를 맞아 건강을 위해 금연을 결심한 분들 계실텐데요, 최근 금연 결심을 더 굳게 해줄 소식이 있습니다"라며 방송을 시작했다.
북한의 흡연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을 고려한 듯한 말이었다.
아나운서는 담배를 피우는 부모를 둔 어린이가 감기에 자주 걸리고 천식과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어 "새해 금연 결심,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것 아시겠죠?"라며 1980년대 그룹 '건아들'의 노래인 '금연'을 틀어줬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 장병과 주민의 흥미를 자극하고자 라디오 드라마나 음악과 같은 연성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내보내는 음악 중에는 이애란의 '백세인생',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에이핑크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등 최신가요도 포함됐다.
군은 대북 확성기를 통해 북한 체제를 비판할 때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보다는 사실에 입각해 이성적으로 비판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인신공격'을 포함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에 기초해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유치한 방법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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